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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Apr 10. 2023

21. 울지 않았던 진만이

소설

   


 사람은 눈물을 흘린다. 억울하고 화가 나도 눈물을 흘린다. 기가 막혀도 눈물이 나오는 경우가 있고 아파도 눈물을 흘린다. 이것을 우리는 보통 운다고 한다. 우는 것은 어쩐지 그저 눈물을 흘리는 것과는 조금 달라 보였다.


 눈물을 흘리는 경우는 감동을 받아 기쁘면 눈물을 흘리기도 하니까. 물론 슬퍼서 우는 경우도 있지만 조금 소설적으로 눈물을 흘리는 경우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동을 받거나 슬퍼서 흘리는 눈물 말이다.  

   

 진만이는 어머니의 장례식장에서 눈물을 흘리지도 울지도 않았다. 진만이의 아버지와 친척들은 그런 진만이를 나무라거나 탐탁지 않게 생각을 했다. 하지만 진만이는 진만이의 방식으로 슬퍼하고 있었다. 그 누구보다 어머니의 죽음을 슬퍼했다. 마음으로 아파했다. 단지 안 그런 척할 뿐이었다. 표현을 하지 않았을 뿐이다.  

   

 아프지 않은 척, 힘들지 않은 척, 뒤로 밀리지 않는 척, 누군가는 그러면 안 된다, 표현을 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진만이는 그러지 않았다.


 언젠가는 이렇게 돌처럼 ‘척’하는 것이 주위의 어떤 방해에도 움직이지 않는 힘을 지니게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힘이 성공이거나 행복에 도달하게도 해준다. 그게 진만이의 입장이었다.     


 장례식 내내 진만이는 묵묵하게 상주의 노릇을 했다. 어머니를 잃어버렸으니 어머니가 있는 우리들은 옆에서 가만히 있어 줄 뿐이었다. 우리도 어떤 위로의 말 따위는 건네지 않았다.


 장례식이 끝나고 핼쑥해진 진만이는 토굴 같은 득재의 방으로 왔다. 진만이는 산울림의 독백을 들려 달라고 했다. 효상은 득재의 방에 있는 턴테이블에 산울림의 레코드판을 올리고 바늘을 내렸다.     


 사람은 너나 할 것 없이 필멸하는 존재다. 거기에는 어떤 불규칙적인 현상이 개입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누구나 외롭다. 혼자 있을 땐 혼자라서 외롭고, 같이 있어도 혼자니까 외롭다.     


 산울림은 독백을 담담하게 부른다. 나 혼자 눈 감는 건 두렵지 않으나 헤어짐이 헤어짐이 서럽다고 한다. 쓸쓸한 비라도 내리게 되면 금방 울어버리겠네.라고 끝냈을 때 진만이의 어깨는 움직였다.     


 우리는 그런 진만이를 모른 척했고 독백을 계속 돌려서 들었다.



산울림의 독백 https://youtu.be/IOMcf5dxEdI

산울림 - 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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