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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Apr 19. 2023

22. 불어 선생님

소설

   


 불어 선생님은 예쁘지도 못 생기지도 않았다. 불어 선생님은 늘 치마를 입고 학교에 왔다. 몸매가 날씬하지도 뚱뚱하지도 않았다. 늘 무릎 위로 올라가 있는 치마를 입었고 치마는 대체로 상의와 붙어 있는 원피스 스타일이었다.     


 우리는 제2외국어로 불어를 배웠는데 수업시간에 집중을 하는 아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불어 선생님도 딱히 아이들에게 불어를 기가 막히도록 잘할 수 있게 가르쳐야겠다는 의지도 없어 보였다. 그저 무릎 위로 올라가 있는 치마를 매일 입고 올 뿐이었다. 불어선생님은 힐을 신고 있었다.


 우리 학교 교실 바닥은 시멘트 바닥 같은 것에 코팅처리로 마감되어 있어서 청소할 때 물을 뿌리고 대걸레로 한 번 닦으면 된다. 그래서 구두를 그냥 신고 수업을 하는 선생님도 있었고 슬리퍼를 갈아 신고 수업을 하는 선생님도 있었다. 학생들도 마찬가지였다.    

  

 불어 시간이 있는 날이면 아이들은 불어를 썩 열심히 하지 않았음에도 잠을 자는 아이들은 없었다. 분명 불어 선생님도 눈치를 채고 있었지만 그것을 자연스럽게, 어떤 의식이 불어 선생님의 마음의 의지를 굳건하게 만들어 무마하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불어 선생님은 서른 살이 넘었지만 결혼을 했는지 미혼인지도 알 수 없었다. 불어 선생님은 개인적인 이야기는 절대 하지 않았고 불어 시간이 되면 그저 수업에만 열중했다.     


 불어 시간이 되었다.


 인사를 하고 수업을 시작한다.


 칠판에 무엇인가를 적는 일도 거의 없다. 누군가 질문도 하지 않는다. 그저 불어 책을, 교실을 누비며 불어로 보이는 글자를 선생님은 읽을 뿐이다. 수업이 제대로 될 리 없지만 아이들은 그것을 신경 쓰지 않았고, 학교에서도 문제 삼지 않았다. 대학교에 가는 데 어떤 영향력도 없는 과목일뿐더러 다른 선생님들처럼 아이들과 마찰도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학교 측에서도 불어 시간에 불어만의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되는 것에 대해서 터치를 하지 않았다. 아이들도 누구 하나 불만을 말하지 않았다.


 불어 선생님이 책을 들고 읽으면 1 분단을 가로질러 간다. 아이들은 책을 보는 시늉을 하고 있다가 불어 선생님이 지나가는(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아주 천천히 지나간다) 그 순간을 기다린다. 그리고 지나갔다 싶으면 발등에 올린 거울로 재빨리 불어 선생님의 다리 사이를 본다.     


 누군가는 고등학생까지 되어서 중학생들이나 하던 짓을 하느냐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설명하기 기묘하지만 불어 선생님도 아이들이 자신의 다리 사이를 보는 것을 무심하게 지나치고 있다는 것이다. 어쩐지 본인도 그것을 즐기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모든 아이들이 열광했던 것은 팬티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팬티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미 학교에는 여학생의 팬티를 밑으로 내려 본 아이들이 있었기에 그 녀석들의 입을 통해서 들었다.     


 슈바빙에 모여서 우리는 개구리에게 여자 팬티에 대해서 집요하게 물었지만 말 잘하던 개구리의 입에서 여자 팬티에 대해서 자세하게 들을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단지 포르노 영화에서 볼 수 있는 가터벨트 같은, 그런 란제리 팬티를 일반적으로 잘 입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불어 선생님은 늘 힐을 신고 와서 천천히 걸었는데 덕분인지 다리 사이가 더 잘 보였다. 암암리에 불어 선생님의 다리 사이에 대해서 아이들은 수군거렸다. 가루지기다, 원래 남자였다, 아직 달려있다, 수술이 실패했다.      

 수업시간이 되면 물 만난 고기처럼 거울을 신발 앞에 부착시켜 불어 선생님의 은밀한 부위를 들여다봤다. 내면은 마치 어서 오라는 듯이.     


 하지만 어떤 계기로 이제 그렇게 할 수 없게 되었다. 거친 남자답게 생긴 태형이 녀석이 불어 선생님의 다리 사이를 보고 다음 시간에 다른 교실의 불어 시간에도 들어가서 불어 선생님을 거울로 훔쳐보다가 교실 밖에서 교실 안을 들여다보며 감시를 하던 터미네이터에게 걸리고 말았다. 게다가 교실까지 바꾼 것이 들통이 나는 바람에 정학 처분을 받았다. 태형이는 진만이 다음으로 학교에서는 두 번째 통으로 담배를 피우다 걸리고, 기물을 파손하다 걸리고, 패싸움을 하다 경찰에 끌려가서 터미네이터에게 걸린 이력이 상당했다.    

 

 그 뒤로 불어 선생님은 바지로 갈아입고 학교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무슨 이유에서인지 다른 학교로 가버리고 말았다. 불어 선생님은 우리를 보고 말을 할 때에도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그것은 조금 무서운 것으로 분명 나를 바라보고 있는데 내 눈에서 3도가 4도 정도 비껴간 곳에 시선을 두고 말을 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불어 선생님은 종교적으로 믿는 종교가 일반적으로 좀 다르다는 것이다. 기도 같은 것을 하면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했다. 가끔 불어 선생님은 녹슨 총에 대해서 말을 했다. 녹슨 총은 아름다운 것이라고, 발사되지 않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라고 했다. 박애주의자 같았던 불어 선생님은 그렇게 치마만 입고 불어를 가르쳤다.




250의 모든 것이 꿈이었네 https://youtu.be/xICSRpVzA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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