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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Feb 24. 2023

너라는 계절은


아침에 집에서 나오는데 느닷없는 봄의 기운에 한 방 먹었다. 그러면서 라디오에서 장혜진의 ‘너라는 계절은’이 흘러나왔다. 가요의 강점이라면 정말 가사가 ‘시’ 같아서 가사를 풀어헤치면 서사가 확 펼쳐진다.


너라는 계절은 살아본 적 없는 낯선 풍경

마주한 적 없는 아름다움

다신 못 볼 줄 알았는데 이 설렘들

너와의 계절은 가장 아름다운 하늘의 색

다신 볼 수 없는 아름다움


이 아름다운 너라는 계절이 영원히 지속되었으면 좋겠지만 신은 인간을 너무나 미워하기 때문에 절대 그렇게 두지 않는다.


계절이 바뀌면 무뎌지고, 질투하고, 좋아했던 그 이유가 싸움을 하는 이유가 되어 헤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함부로 신이라는 걸 믿어서는 안 된다. 신은 그렇게 인간이 쉽게 믿을만한 존재가 아닌 것이다.


계절이 변하듯 나와 나, 인간도 변한다. 변하지 않는 인간은 없다. 왜냐하면 변하는 계절을 닮은 게 인간이니까. 인간은 변해도 사랑은 변하지 않았으면 하고 예전에 상우는 은수를 보며 크게 소리를 질렀다.


그 안에도, 그래 맞다, 라면이 나왔다. 은수와 상우의 첫날밤은 라면으로부터다. 술과도 잘 어울리는 라면은 상우에게 어쩌면 슬픈 음식이다. 화분의 꽃이 더디게 피듯 상우의 시간은 천천히 흘러가기를 바라지만 은수는 사랑은 라면처럼 금세 끓어오르고 빨리 식는다.


결국 상우는 은수에게 내가 라면으로 보이냐고 말한다. 그렇게 라면은 상우에게 슬픈 음식이 되었다. 라면이 끓어오르면 비로소 외로움과 마주하게 된다. 스프를 넣고 팔팔 끓일수록 자극은 극에 달한다. 끓어오르는 라면을 그대로 둘 수 없어 젓가락으로 휘젓게 된다. 몸부림을 바라는 라면은 외로워서 슬픈 음식이다. 그렇게 봄날이 가버린 상우는 슬픔을 젓가락질할 것이다.


은수로 나왔던 이영애는 봄날은 간다에서 정말 예뻤다. 상우에게 은수는 그야말로 계절이었다. 같이 자연의 소리를 따는 작업을 하면서 그대로 상우의 한 계절이 되었다. 너라는 계절. 그런 장면이 너무 좋다. 은수가 잠들어 있는 모습을 옆에서 가만히 보던 상우가 미소를 짓다가 다가가서 입을 맞추고 눈을 뜨고 응? 알지?

너라는 계절은 하지만 변한다. 500일의 서머에서 운명이라 믿는 사람과 그저 우연이라 생각하는 사람의 만남은 영원하지 않다. 변하게 된다. 지금도 계절은 봄으로 변해간다. 지난 주만 해도 전혀 그렇지 않을 것만 같더니만 이제 봄으로 간다. 그리고 곧 봄날도 가겠지.


그래서 라면이나 끓여 먹자. 나는 물만두고 넣고 떡국떡도 넣고 김치도 넣고 치즈도 넣어서 먹을 거야.



장혜진의 너라는 계절은 https://youtu.be/DA4rH9SPHv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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