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17.
조심스럽게 상자를 안았다. 무릎 위에 올리고 상자 뚜껑을 열었다. 미미하지만 심장처럼 끊어지지 않고 빛이 발하고 있었다. 상자를 열고, 빛을 내는 작고 소중한 이데아를 꺼냈다. 이데아는 마치 아기의 형태를 하고 있었다. 너무나 신비로운 모습에 눈물까지 흘렸다. 아직 완전한 아기의 모습은 아니었지만 곧 진정한 아기의 모습이 될 것이다. 내가 이데아를 안자 나의 품 안에서 좀 더 밝은 빛을 냈다. 이데아는 나와 교감을 바라고 있었다. 나는 이데아를 품에 안은 채 잠이 들었다.
잠에서 깨어났을 때 이데아는 없었다. 나는 나의 몸속에 어떤 무엇, 어떤 물질, 어떤 존재가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거울을 보았다. 그래, 이 얼굴이 나의 모습이야.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나는 본래 나의 모습을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나의 몸 모든 곳에서 가시가 나고 있었다. 나는 이제 이 더러운 시궁창 같은 사람들 틈에서 모든 고양이들의 영혼을 안고 깨끗하게 다시 태어날지도 모른다.
내가 안았던 이데아는 인간을 닮아 있었다.
영혼이 깃든, 몹시 아름답고 연약하지만 사랑스러운 존재.
나의 모든 것을 버리더라도 영원히 나의 몸을 대신할 것 같은 그런 존재.
문자 메시지 소리에 눈을 떴다. 이런 문자 메시지 알림 소리는 안 들어본 소리였다. 나는 계속 잠을 자고 있었다. 옆에는 이데아도 없었고 거울 속의 나의 얼굴은 신비로운 얼굴을 하고 있지도 않았다. 그러나 그건 나의 착각일지도 모른다. 몸에서 나오던 숙명 같았던 가시들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수척하고 어제보다 늙어 보이는 내가 있었다. 폰을 찾아서 메시지를 확인했다. 아내는 출장이 며칠 더 걸릴 것 같다는 톡이었다. 밥을 잘 챙겨 먹으라는 메시지도 있었다.
등이 아프기 시작했다. 나는 아내에게 우리가 처음 만나서 같이 먹었던 음식이 무엇인지 메시지를 보냈다. 등이 더 아파오기 시작했다. 아내는 나의 메시지를 읽을 생각이 없는 모양이다. 그게 아니라면 메시지 창으로 들어가지 않아도 메시지 길이가 짧아서 화면에 뜬 창으로도 나의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숫자 1은 없어지지 않는다.
딩 동 딩 동.
처제가 왔다. 처제가? 처제가 왜 이 시간에, 왜 이 먼 마을의 우리 집까지? 학교는 어쩌고? 나는 처제가 맞는지 다시 한번 오목렌즈로 한참을 봤다. 처제는 대학생이다. 뭘 전공하는지 나는 잘 알지 못한다. 신재생에너지 같은 걸 공부한다. 신재생에너지보다 인간의 에너지에 대해서 공부를 한다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처제를 볼 때마다 하게 된다. 왜냐하면 처제는 신재생에너지 따위에는 전혀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그 학과에 마음에 드는 남자가 있었나. 아무튼 나는 문을 열까 말까 망설였다. 나의 변한 모습을 보고 처제가 놀랄 수 있기 때문에. 어머, 형부 얼굴이 왜 이렇게 늙었어요?라고 처제 성격에는 바로 이야기를 할 것이다. 그럼 나는 상처를 받고, 게다가 아내도 집에 없고.
딩 동 딩 동.
쾅쾅쾅.
초인종만 누르라고. 모든 사람들이 전부 문을 주먹으로 두드릴 건가.
“형부, 문 열어요.”
처제는 어떻든 이 안으로 들어올 기세다. 처제를 나는 잘 안다. 어째서 나를 가만두지 못하는 것일까. 처제는 나의 걱정과는 달리 나를 보고 별 다른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
“처제, 어쩐 일이야? 연락도 없이.”
“저도 반가워요. 형부는 오랜만에 보는 예쁜 처제에게 잘 지냈냐. 같은 말을 먼저 해야죠. 그게 뭐예요.”
처제는 뉴스를 보고 놓칠 수 없는 모습이라 왔다고 했다. 처제는 나에게 집 밖에 고양이들과 소방대원들 그리고 경찰과 방역 복을 입은 사람들을 보라고 했다.
“알고 있어. 계속 보고 있다고, 지금은 보기 싫어졌을 뿐이야.”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