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16.
한 지질 학자에 의해서 죽은 고양이들의 몸속에서 나온 가시들은, 정확하게 가시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지만 그 물질들은 아직 지구에서 발견된 물질이나 광물의 종류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말했다. 지질학자는 자신의 이론과 학문 그리고 정확한 과학적인 접근으로 이 같은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렸다. 이 고양이들이 어디에서 가시를 먹고 온통 전부 죽어갔는지 알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누군가 지질학자의 의견보다 왜 고양이 사체를 들고 와서 그런 이상한 연구에 사용을 했는지 댓글을 달았고 동물애호가들에 의해 공격을 받았다. 결국 지질학자는 정부에서 조치에 들어갔고 더 이상 유튜브에서 볼 수 없었다.
거울에 비치는 나의 얼굴은 점점 내가 알아볼 수 없는 나의 얼굴이 되어 갔다. 나의 온몸에서는 여러 군데에서 미미하게 빛이 흘러나왔다. 나는 쪼그리고 앉아 종일 그걸 들여다봤다. 그 빛을 보는 게 좋았다. 기분이 아주 묘했다. 환각의 연기를 마음껏 들이마시는 기분이었다.
아내는 내가 모르는 새, 또 하나의 음식 에세이를 기고했고 그에 따라 출장을 갔다. 이틀이라며 아내는 집을 나섰다. 나는 결국 아내에게 혼자 있기 무서우니까 가지 말라는 말을 하지 못했다. 아내가 집을 나서고 몇 시간 지난 후부터 마을에는 확성기를 켜고 다니는 경찰차가 집 밖으로는 될 수 있으면 나오지 말라고 했다. 마을에 온통 고양이들이 죽어 있었고 고양이들은 가시들을 몸에 가득 안은 채 죽었다. 고양이 사체를 파먹으려고 다른 곳에서 고양이들이 마을로 마구 흘러 들어왔다. 구청과 시청 그리고 동사무소와 질병관리본부는 방역업체를 대동해서 고양이들을 막으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소용이 없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길거리 풍경은 한산했다. 다니는 사람들은 극히 드물었고 방역 복을 입은 공무원들이나 방역업체 사람들 그리고 경찰들과 소방대원들이 주로 보였다. 아주 기묘한 풍경이었다. 일반 복장의 사람들보다 제복이나 방역 복을 입은 사람들이 더 많이 길거리에 보인다니. 단 며칠 만에 이런 사태가 마을을 휩쓸었다. 쌓아 올리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무너트리는 데는 금방이었다. 제복이나 방역 복을 입은 사람들을 이렇게 한꺼번에 많이 보는 것도 처음이었다.
머릿속이 뿌옇고 내내 무거웠다. 마을에 고양이들이 엄청 많이 죽는다고 뉴스에서 난리였다. 그래, 고양이들이 우리 마을에서 생선냄새가 제일 많이 나는 모양이군.라는 나의 말에 동료는 웃는 둥 마는 둥 했다. 내가 농담을 하면 잘 웃었던 사람이었다. 그러나 웃지 않았다. 뭔가가 있다.
동료 녀석에게도 그 뭔가가 있는 것일까. 그 뭔가는 무엇일까. 어떤 무엇이 동료를 이렇게 만든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그 뭔가는 마치 물질처럼 눈에 보이지 않았다. 드러나지도 않았다. 바람은 느낄 수 있지만 그 뭔가는 그 자체가 없었다. 어쩌면 은행이라는 거대한 집단주의가 그렇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근데 말이야, 이상한 것이 있어. 그래서 전화를 했네. 고양이들이 자네 마을에 몰리는 건 알 거야. 근데 고양이들이 죽어서 사체가 되는 곳이 자네 집 근처야. 정확하게는 자네 집을 둘러싸고 고양이들이 떼로 죽어가고 있어. 구글에서 지도를 검색해서 며칠 난리 난 사진을 보니 그렇게 나오더군. 그래서 자네에게 전화를 한 거야. 정말 무슨 일이 없는 거지?”
전화를 끊고 상자에게로 갔다. 미친 소리처럼 들리겠지만 상자 속 가시가 나를 부르는 것 같다. 이제 가시라 부르지 않고 이데아라 부르겠다. 이데아는 나를 불렀다. 정확하게 나를 부르고 있었다. 위로가 되는 목소리로 다정하고 애틋하게 나를 불렀다. 그 누구에게도 들어보지 못한 애정이 가득한 소리로 나를 불렀다. 나는 방으로 올라가 상자를 꺼냈다. 상자를 닫은 뚜껑사이로 다정한 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