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15.
그때 가시를 넣어 두었던 상자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상자에 가까이 갈수록 이상한 소리가 좀 더 크게 들렸다. 나는 상자를 열었다. 그랬더니 가시가 서로 들러붙어서 인간의 뼈대 같은 형태를 띠고 있었다. 그렇게 보였다. 가시들은 떨어져 있었는데 마치 원래 그런 것처럼 붙어 있었다. 가시가 소리를 내는 것 같았다. 상자의 뚜껑을 여니 그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배가 아팠다. 가시 때문이 아니었다. 대변 때문이었다. 욕실에 가서 변을 봤다. 이상하지만 변 냄새가 나지 않았다. 후각이 돌아오지 않고 있다. 나는 엉덩이에 힘을 주었다. 항문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속이 타 버릴 정도로 항문이 아팠다. 마치 몸이 반으로 갈라지는 고통이 나를 급습했다.
으아아아악.
풍덩.
무엇인가 항문을 빠져나와 변기에 떨어졌다. 다리에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았다. 변기에 빠진 건 약간 타원형의 주먹만 한 뭉툭한 가시였다. 그걸 가시라고 불러야 할지. 그러기에는 가시로서의 모습에서 벗어났지만 뭉툭한 대형 가시였다. 그걸 들고 있으니 정말 하나의 이데아 같았다. 현실에서 존재하지 않지만 내 눈으로 보고 만져지는 이데아인 것이다. 나는 이데아를 뜨거운 물로 잘 닦아서 품에 안았다. 가시처럼 딱딱하지 않았다. 오래된 빵을 만지는 기분이었다.
이데아 같은 그걸 품에 안고 만지고 있으니 나는 시간을 초월한 어떤 시점에 와 있는 기분이었다. 그 시점에서 우리는 결말이라는 것을 알 수는 없다. 그러나 결말은 우리를 알고 있다. 그 속에 나와 이데아가 있다. 무엇을 원하는지 결정할 수는 없지만 원하는 바를 알 수는 있다. 나는 지금 그 시점에 와 있었다. 모든 것을 초월한 시점. 그 안에서 나는 이렇듯 온기가 가득한 이데아를 안고 있다.
눈물은 나오지 않으나 울고 싶은 기분이었다, 이 세상에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들에 대해서 나는 왜 그렇게 악착같이 설명을 하려고 했을까. 나는 무엇 때문에 나의 에너지를 소모하면서 인간관계를 확대하려고만 했을까.
그때 문소리가 났다. 나는 이데아를 상자에 조심히 넣었다. 이데아를 상자에 넣으니 비로소 가시처럼 보이는 것 같았다. 거실로 가보니 아내가 있었다. 나는 아내에게 도대체 어디 갔었냐고 물었다. 어째서 말도 없이 사라졌다가 느닷없이 나타났냐고. 나는 잠시라도 사라졌던 아내가 보고 싶었다. 아내를 안았다. 아내는 의아한 표정으로 음식을 쓰레기를 버리러 갔다 왔다고 했다.
“근데, 나 말이야 밖에 쓰레기 버리러 갔다가 뭘 봤는지 알아?”
아내는 밖에서 죽은 고양이 사체를 봤다고 했다. 길고양이 사체가 뭐 그리 대수일까 생각했는데 아내가 하는 말은 고양이 사체를 다른 고양이가 파먹고 있었다는 것이다. 파먹던 고양이는 괴로운 듯 켁켁 기침을 고통스럽게 하더라는 것이다. 아내가 그 고양이가 불쌍해서 음식물 쓰레기 중에 먹을 만한 것을 골라서 그 고양이에게로 가니 컥컥거리던 고양이가 뱉어낸 것이 가시라고 했다. 잔잔한 가시들을 뱉어 내느라 고통스러워하는 것 같다고 했다.
고양이가 고양이 사체를 파먹다니. 죽은 고양이는 몸에서 가시가 엄청 나왔다고 한다. 그리고 그 후로 고양이 수십 마리가 죽어 갔다. 그 죽은 고양이들의 사체를 다른 고양이들이 파먹고 온 동네에 가시들을 뱉어냈다.
이 끔찍한 일은 무엇일까. 이 사건은 뉴스에 나오고 있었다. 기괴한 사건이 일어나고 있다고 기자는 끝맺음을 했다. 기괴한 사건이 일어나고 있었다. 거기에 분명 나도 포함이 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몸에서도 수많은 가시들이 나왔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