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이 흐르는 대로 쓰는 소설 14

소설

by 교관


14.


나는 비록 은행의 대출 팀에서 일을 하며 어떤 고객들의 미움을 받고 있지만 문예창작을 전공했다. 문예창작과 라는 학과만큼 이상한 학과도 없을 것이다. 마술학과처럼 없어져야 하는 학과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든 나는 몇 번 공모전에 소설을 보냈지만 낙방하고 말았다. 아내는 에세이에 대해서 상의할 일이 있으면 나를 찾았다. 덕분에 나는 아내와 좀 더 붙어 있을 수 있었다. 아내의 좋은 냄새를 맡으며.


소파에 앉아서 폰으로 아내의 글을 검색했다. 다음과 카카오로 연동된 잡지사의 페이지에 기고한 글을 전부 검색해서 찾아 읽었다. 모두 음식에 관한 글이었다. 음식과 인간의 생존 그리고 인간의 삶과 인간의 습관에 대해서 적은 에세이였다. 에세이라기보다 인문학에 가까웠다. 음식에 관한 글밖에 없었는데, 아내가 이렇게 글을 잘 썼단 말인가? 할 정도였다. 한 꼭지에 조회 수가 만 건이 넘었다. 냉면에 관한 글은 조회 수가 7만 회가 넘었고, 마요네즈에 관한 글에는 10만 회의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었다.


어떤 글을 보니 그 글에는 가시에 대해서 서술했다.


[어떤 가시는 몸속으로 들어가서 나오기를 거부한다. 혈관이나 또는 몸속에서 자라거나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살아있는 것처럼 자신의 집을 짓고 그곳에서 인간과 함께 공생한다. 어떤 가시는 점점 자라서 인간의 행동을 제약하고 뇌의 한 구간을 건드려 원하는 대로 조종을 하기도 한다]


이건 무슨 말일까. 평소라면 그냥 지나쳤을 글이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편집부에서 이런 글을 그대로 내보냈다고? 인터넷 잡지니까 그럴 수 있다. 그러나 꽤 이름 있는 잡지사다. 대형 검색엔진 사이트의 지지를 받고 있다. 비록 짧은 페이지 분량이지만 아내가 쓴 글은 많은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문장을 편집에서 빼지 않고 수록해서 글에 실었다.


나는 아내가 쓴 가시에 대한 글에 대해서 알고 싶었다. 아내를 불렀다, 그러나 아내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내는 근래에 나를 무시하고 있다. 사람은 변한다지만 예전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변했다. 만약 늘 그랬다면 모르겠지만 근래에 들어 그러고 있다. 나는 아내를 사랑하고 아내 역시 나를 사랑하고 있다. 그 믿음에 거짓은 없다. 아내는 주위에서 잘 볼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여자다. 나는 운동하는 여자가 멋있다. 아내는 매일 조깅을 한다. 그래서 아내는 매일 멋있다. 하지만 아내는 요즘 아내가 아닌 것 같다.


마라탕을 좋아하는 아내였다니. 그게 이상하다는 것이 아니라 마라탕을 먹는 모습을 그동안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지난번 전화통화에서도 주위의 젊은 남자들의 소리가 많이 들렸다. 어쩌면 아내에게 나 말고 다른 남자가 있을지도 모른다. 아내가 달라졌다면 분명 그 이유밖에 없다. 그런 생각에 접근하면 화가 났다가 금세 슬퍼졌다. 우울하고 힘이 빠졌다. 만약 아내가 다른 남자를 만나고 있는 장면을 내가 본대도 나는 분명 모른 척할 것이다. 그런 말을 하면 아내는 기다렸다는 듯이 그럼 우리 그만 헤어져,라고 말하는 게 두렵다. 겁이 났다.


나는 더더욱 아내를 사랑하고 싶었다. 그러나 나의 사랑이 크고 깊지 않아서 아내가 다른 남자를 만나는 것이다. 그런 생각에 나는 아내를 힘껏 불렀다. 일어나서 2층으로 올라가 방으로 갔다. 방에는 아내가 없었다. 주방에도, 욕실에도 아내가 없었다. 아내를 불렀다. 아내가 없다. 그럴 리가 없지만 아내는 사라졌다. 아내에게 전화를 했다. 전화는 거실의 어딘가에서 울렸다. 아내가 휴대전화를 놓고 다닐 리가 없다. 폰으로 그녀는 거의 모든 일을 한다. 모든 기록을 폰으로 세세하게 해 놓는다. 사진을 담고 일일이 사진에 대한 코멘트를 달아 놓는다. 언제 어디서 어떤 상황에서 찍은 사진인지에 대해서 적는다. 그런 그녀가 폰을 놔두고 없어졌다는 건 사라졌다는 말이다.



[계속]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의식이 흐르는 대로 쓰는 소설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