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이 흐르는 대로 쓰는 소설 13

소설

by 교관


13.


동료는 고개를 숙이고 심사숙고하더니 “자네 휴가서는 이미 지 난 주에 보고하고 지금은 휴가 중이잖아”라고 했다.


“뭐? 내가? 휴가서를 이미 제출했다고?”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알 수가 없다.


“내가 휴가를 얼마나 냈지?”


“자네, 한 달 휴가를 냈잖아. 한 달 휴가 내려고 부장님 하고 엄청 싸웠잖아. 그래서 휴가 기간 동안에 은행에 다시 오리라고는 생각 못했지. 덕분에 내가 자네의 작업을 하고 있지만.”


그러더니 귀 가까이 오더니 작은 목소리로 일은 많지만 덕분에 커미션을 더 받고 있다고 했다. 은행에서는 아주 드문 일이라고 했다.


“자네, 이왕 쉬는 거 보름 정도 더 쉬게. 그러면 나 진급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거기에 우리 가족 여행비까지 벌 수 있네. 월급에서 빠듯하게 빼내지 않아도 된다고.”


진급? 진급은 내가 해야 하는데. 내가 진급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나는 진급을 앞두고 휴가서를 제출을 이미 했다니. 그것도 무려 한 달이나. 기억이 왜 없는지 도통 모를 일이다. 나는 동료에게 무엇을 말하려는데 목이 너무 따끔거렸다. 아악, 입을 벌리고 동료에게 봐 달라고 했다. 동료는 인상을 쓰며 목 안을 이렇게 보더니 “오우 자네 목에 긴 가시가 박혀 있네. 눈에 잘 보이는데. 이런 가시를 목에 박아 놓고 잘도 회사까지 왔군. 잠시만 있어봐”라고 하더니 핀셋을 들고 왔다. 그리고 목 안으로 핀셋을 집어넣어서 가시를 뺐다.


“자네 용케도 이런 걸 목 안에 박은 채 다녔구만.”


동료가 뽑아낸 건 분명 가시였다. 나는 동료에게 이게 뭐로 보이냐고 물었다. 동료는 웃으며 “이봐, 이게 뭐로 보이기는. 다 똑같지 뭐. 그나저나 자네 뭘 맛있는 걸 먹은 거야?”


나는 마라탕을 먹었다고 했다. 그것도 거의 먹지 않았지만.





“나 지금 휴가 중이래. 지난주에 휴가서를 제출했다는데? 내가 그렇게 했다는데 그런 기억이 없어. 내가 도대체 왜 지난주에 그랬을까?”


“참, 나 다음 주에 타지방으로 이틀 동안 취재 가. 알지? 이틀 동안 당신 혼자 있을 수 있지?”


“왜 느닷없이 취재를 간다는 거야? 당신은 취재를 해서 쓰는 글을 기고하는 건 아니잖아.” 나는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지역 음식에 관한 글을 기고하잖아, 나는. 이번에 마산의 아귀찜에 관한 프로젝트야. 이번 작업이 제대로 끝나면 출판사에서 사무실을 내준다니까.”


“뭐?”


알 수 없었다. 내가 정말 피곤해서 이런 일을 겪는 걸까. 나는 무서우니 가지 말라고 말하고 싶었다. 정말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 나는 정말 무서웠다. 나는 너를 지켜주고 싶고, 또 그렇게 하려고 너와 결혼을 했고, 또 나는 너의 품에서 보호받는다는 위로를 얻기도 한다. 그런데 지금 나에게 일어나는 알 수 없는 일 때문에 무섭다. 그러니 출장 같은 건 나중에 가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하고 싶은 말이라고 해서 전부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사무실까지 출판사에서 내준다고 하니 붙잡을 수 없었다.


아내는 인터넷 잡지에 에세이를 기고한다. 그동안 아내가 글을 쓰다 막힐 때, 주제가 정해지지 않을 때 아내는 나에게 상의를 해왔다. 그러면 우리는 같이 앉아서 글의 방향이나 문장에 대해서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리고 키스를 하고 터치를 하고 섹스를 했다. 자연스러운 과정이 이어졌다. 너무나 아내가 사랑스러웠다.


[계속]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의식이 흐르는 대로 쓰는 소설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