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이 흐르는 대로 쓰는 소설 12

소설

by 교관


12.


“당신이 요즘 너무 피곤해서 헛것을 본 거야.”


“헛것이라니? 그럼 이 가시는 어떻게 된 거야?” 나는 아내에게 말했다.


“당신, 일단 회사에서 휴가를 먼저 받아오자. 응?”


아내는 먼저 집으로 가고 나는 택시를 탔다. 택시를 타니 운전기사가 “죄송합니다, 앞 손님이 커피를 쏟아서 냄새가 나네요”라고 했다.


“괜찮습니다. 저는 후각을 잃어서 당분간 냄새를 맡지 못해요.”


“아이구, 그런 일이. 냄새를 못 맡으면 맛도 느낄 수 없을 텐데요. 저의 아내도 예전 코로나 때문에 후각을 잃으니 맛도 느끼지 못하더라고요. 스트레스가 심하시겠습니다.”


택시기사는 목적지까지 가는 동안 나를 위한답시고 계속 말을 걸어올 것이다. 내가 택시를 몰게 된다면 손님에게 절대 사사건건 묻지도 일일이 대답이나 말을 걸지도 않을 것이다. 스트레스가 쌓일 거라는 걸 알면서도 왜 이렇게나 많은 말을 할까. 타인에게 쓸데없는 말을 많이 하는 것이 더 스트레스가 쌓이는 일이라는 걸 모르는 것일까.


나는 택시기사의 말에 어색한 웃음으로 대신했다. 그러면서 백미러에 비친 나의 얼굴을 보았다. 순간 소리를 지를 뻔했다. 전혀 나의 얼굴이 아닌 얼굴이 백미러에 비쳤다. 분명 아까 아내의 휴대전화 사진 갤러리에는 내가 알고 있는 나의 얼굴이 마라탕을 먹고 있는 모습이었다. 사진 속의 나의 얼굴은 확실하게 내가 알고 있는 나의 얼굴이었다.


하지만 백미러에 비친 나의 얼굴은 수척해질 대로 수척하고 무엇보다 늙어 보이는 얼굴이었다. 아니 늙은 얼굴이었다. 택시기사는 아마 이런 얼굴을 때문에 말을 계속 걸어왔을 것이다. 어떻게 봐도 30대처럼 보이지 않았다. 500살은 되어 버렸는데 방부제로 그 얼굴을 유지해 놓은 것 같았다. 거울에 비친 내가 아닌 나의 얼굴 여러 곳에서 미미하게 빛이 새어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빛은 녹색 기를 띠거나 자주색에 가까운 색을 띠었다. 자세히 보면 그 색인지 녹색이나 자주색인지 분간을 할 수 없었다. 얼굴에서 비어져 나오는 빛은 빛이 아니라 어떤 물질처럼 보이기도 했다. 나는 그 물질을 만지려고 손을 뻗으려는 순산, 손님 도착했습니다.


은행으로 와서 휴가서를 작성했다. 동료가 와서 내가 휴가서를 작성하는 모습을 유심히 보았다. 그러더니 동료가 나를 화장실로 급하게 데리고 갔다. 나는 동료에게 도대체 무슨 일 때문에 그러냐고 물었다.


“나 휴가서 작성해야 해.”


그러자 동료는 나를 유심히 쳐다보았다. 동료의 눈빛에서 나의 얼굴이 진짜 너의 얼굴이 맞아?라고 하는 것만 같았다. 나는 손을 올려 나의 얼굴을 더듬었다. 동료는 계속 나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이거 동료가 나의 얼굴이 변했다는 걸 알아버린 것 같았다. 어떻게 설명을 해줘야 할까. 갑자기 세포의 변화를 겪었다고 해야 할까. 마라탕을 먹다가 가시가 나와서 쓰러졌는데 병원에서 깨어보니 얼굴이 이렇게 변했다고 하면 믿을까.


나는 동료의 시선을 피해 다른 곳으로 돌리려 했다. 동료는 계속 나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동료의 눈을 보니 동공이 마치 텅 빈 공간 같았다. 동료의 눈을 보는데 동료는 나에게 뭐 하는 짓이냐고 했다.


“이봐, 뭐하긴 휴가서 재출하려고 작성하고 있었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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