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11.
요즘 세상에 영양실조라니. 먹을 게 모자랐던 어린 시절에도 영양실조 같은 건 다른 나라의 일이었는데 말이다. 영양실조? 말도 안 된다. 내가 그렇게 내 몸을 챙기지 않고 음식도 먹지 않고 지냈단 말인가? 하루 이틀은 가시 때문에 제대로 먹지 못했지만, 가지 생각하고 보니 먹은 것도 없었는데 은행에서 화장실 욕조에 오바이트를 많이도 했던 것이 생각났다. 어떻게 아무것도 먹지 않은 상태에서 그렇게 많은 양의 구토물이 나왔을까. 이상하기만 했다.
그래, 어쩌면 이 모든 게 가시 때문일지도 모른다. 가시가 언젠가부터 자꾸 몸 안팎으로 박혀서 그걸 빼내느라 잠도, 음식도 부족할 정도로 시간을 거기에 쏟았는지도 모른다. 나는 이런 이야기를 의사에게 했다. 의사는 나를 한참 쳐다보았다. 눈동자를 살폈다. 빛에 반응을 잘하는지 보았다.
왜 이런 검사를 하는 것일까. 이런 건 요즘 잘하지 않는데. 나는 다시 의사에게 가시 때문에,라고 말하려는데 의사는 나에게 수면제를 처방했으니 푹 자라고 했다. 수면리듬이 엉망이라고 했다. 요즘 거의 잠을 잔 것 같지가 않다고 나도 모르게 말을 해버렸다. 말을 그렇게 해버렸지만 요즘은 누구나 다 이 정도로 잠을 잘 못 잔다.
동료는 나보다 더 수면리듬이 엉망일 것이다. 동료는 얼마 전에 늦둥이가 태어나면서 동료는 집에서 서열이 더 뒤로 밀려났다. 매일 새벽에 큰 소리로 우는 늦둥이 막내 때문에 거의 잠을 자지 못한다. 깜빡 졸다 보면 출근 시간이고 아침도 먹지 못하고 지하철에 올라타 사람들에 끼여 은행까지 오면 초주검 상태였다. 눈 밑의 다크서클이 마치 판다를 연상시킬 정도였다.
그런데 쓰러진 건 나였다. 어째서 나일까. 피로도에 무관하게 사람에 따라 그 정도의 깊이가 다르다는 말일까. 물론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밤에 잠을 잘 잤다. 매일 밤잠은 아주 잘 잤다고 생각했다. 악몽을 꾸고 일어나기는 했지만 누우면 금방 잠들고 아침에 일어났다. 의사는 나의 눈동자를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다시 검사를 하는 것일까. 일단은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휴식이라고 했다. 가시가 박힌 건 어떻게 됐냐고 물었다. 의사는 그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당분간 회사에 휴가라도 내는 것이 어떠냐고 의사가 말했다. 아내도 옆에서 그러자고 했다.
병원을 나와서 나는 아내에게 고양이 떼는 어떻게 됐냐고 물었다. 아내는 나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나중에 마라탕을 제대로 먹자고 했다. 그놈의 마라탕, 언제부터 마라탕에 그렇게 적극적이었는지 물었다. 아내는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폰을 꺼내서 사진첩을 클릭해서 보여 주었다. 거기에는 언제인지 모르지만 아내와 함께 맛있는 마라탕을 먹는 모습이 있었다. 무려 내가 숟가락으로 아까의 아내처럼 마라탕을 떠서 입으로 넣기 직전에 아내와 함께 찍은 사진이 있었다.
“당신이 나에게 마라탕의 맛을 알게 해 줬으면서”라고 아내가 말했다.
맙소사. 이럴 수가.
마라탕 집 화장실에서 분명 창밖으로 고양이 떼를 봤다. 엄청난 고양이들이었다. 마을에 길고양이들이 무슨 공사 때문에 거리에 떼로 나오지 않았나? 검색을 해보라고 아내에게 말했다. 아내는 나의 말에 쓰러져 병원에까지 실려 갔는데 다른 것에는 신경을 쓰지 말라며 “여보, 고양이 떼라고 해봐야 수십 마리 정도야. 고양이 떼라고 하기에는 너무 적어. 어떤 동네를 가도 그 정도의 고양이들이 있어. 아마 길고양이들의 보금자리가 공사 같은 걸로 위협을 받았나 봐”라고 아내가 말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