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10.
그때 화장실 창밖으로 고양이 우는 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고양이 소리가 한두 마리가 아닌 듯했다. 몇 마리가 아닌 수십 마리가 있는 것 같았다. 나는 화장실 라디에이터를 밟고 올라 창밖을 보았다. 창으로 보이는 밖에는 고양이 수 십 마리가 내가 있는 화장실을 향해 앉아서 울고 있었다. 그 순간 입안이 엄청난 고통으로 터질 것 같았다. 나는 너무 아파 비명을 질렀다.
“아아아악! 살려줘!”
눈앞도 흐려지고 정신이 나갈 것 같았다. 정신이 가물가물하는 가운데 아내가 화장실로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그런데 나를 안으며 기도 같은 걸 하는 모습이 보였다. 기도? 아내는 종교가 없다. 마라탕을 그렇게 먹었는데도 전혀 냄새가 나지 않았다. 아, 나는 후각을 잃었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정신을 잃었다.
눈을 떴을 때는 병원이었다. 아내는 어딘가에 전화를 하고 있었다. 듣기에 아내는 내가 전혀 알지 못하는 말을 했다. 나는 아내를 불렀다. 아내는 전화를 끊으며 고개를 돌리는데 순간 얼굴이 일그러졌다가 다시 돌아왔다. 마치 관성이 법칙에 따라 얼굴이 시간을 이기지 못하고 그곳에 머물렀다가 딸려 오는 것 같았다. 그래서 지우개로 뭉갠 것 같은 얼굴처럼 보였다가 원래의 얼굴로 돌아왔다.
아내의 얼굴은 어째서 그렇게 변하는 걸까. 나는 몸을 일으켰다.
“괜찮아? 도대체 무슨 일이야?” 아내가 물었다. 그 물음에 따뜻함은 빠져 있었다.
“왜 라디에이터 같은 곳에 올라갔어? 사람 놀라게 하는 덴 재주가 있어. 정신까지 잃고. 예전으로 돌아가는 줄 알고 놀랐잖아.” 아내는 속상해하며 나를 나무랐다. 아내는 예전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째서 따뜻함이 빠져있다고 나는 느꼈을까. 아내가 괜찮으냐고 물어본 다음 잠시 병실을 나갔다. 나는 왜 정신을 잃었을까. 다시 그때로 되돌아가는 것일까. 나는 순간 무서움이 몸을 타고 돌아다니는 기분을 느꼈다. 두려움 때문에 아내를 불렀다.
“아령아! 아령아!”
하지만 아내는 병실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갔는지 대답도 없고 돌아오지도 않았다. 너무 겁이 났다. 아내는 내가 쓰러져 정신을 잃은 덕분에 마라탕을 실컷 먹지 못하고 나온 것을 후회하며 마라탕을 마저 먹으러 간 것일까. 그걸 생각하는 순간 화가 났다. 남편이 정신을 잃고 쓰러졌는데 그깟 마라탕이 대수냐고. 나는 있는 힘껏 아내를 불렀다.
“아! 령! 아!”
소리를 지르고 나니 귀가 멍했다. 띵 하면서 순간 모든 소리가 공명에 잠기며 웅 하는 떨림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귀 안의 가시가 박힌 것이 느껴졌다. 아프지 않게 가시 여러 개가 귀 안의 어떤 부분을 자극했다. 아내가 문을 열고 의사와 함께 들어왔다. 아내가 나에게 뭐라고 했지만 무슨 말을 하는지 들리지 않았다. 나는 아내에게 손으로 귀 안을 보라고 가리켰다. 아내는 나의 귓속을 가만히 들여다보더니 어딘가에서 흰머리 집개를 들고 와서 귀 안에 박혀있는 가시들을 빼냈다. 총 13개였다. 어디서 또 이렇게 박힌 것일까.
의사는 나의 상태를 살피더니 이제 괜찮으니까 퇴원을 요청했다. 의사는 나에게 몸을 너무 혹사시키고 있다고 했다. 나는 정신을 잃은 이유를 알고 싶었다. 의사는 피검사를 통해서는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았다고 했다. 정밀검사를 해보면 정확한 건 알겠지만 심박 수도, 혈압도 지금은 정상이니까 정신을 잃은 이유는 그저 과로가 원인이 아닐까,라고 의사가 말했다. 나는 잠도 모자라고 단백질도 부족한 상태고 – 어떤 부위는 단백질이 과도하게 넘치고 있고 음식을 잘 먹지도 않고 수분도 보충을 해주지 않아서 탈수에 영양실조로 쓰러졌다는 결론을 내렸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