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9.
나는 아내에게 어젯밤에 언제 들어왔냐고 물었다. 아내는 대수롭지 않은 듯 들어왔을 때 이미 나는 잠들어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아내는 말했다. 글을 기고하는 출판사에 일주일에 삼일은 나가서 일을 한다고 나에게 이미 말을 했다고 했다.
"뭐? 나는 왜 처음 듣는 얘기지? 언제 그런 말을 나에게 했어?”
그러다가 우리는 점점 언성이 올라갔다. 그녀는 마치 한두 번도 아니라는 듯 문을 연 마라탕 집으로 나를 데리고 들어갔다. 끌고 들어갔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아내는 나에게 또 왜 그러냐는 식이었지만 마라탕 집으로 들어가는 순간 얼굴이 평화로워졌다. 그녀는 마라탕에 대해서 천부적이었다. 이것저것 들어가는 수많은 재료 중에 여러 개를 골랐다. 나에게 뭘 먹을 건지 고르라고 했지만 나는 엄두가 나지 않아서 아내에게 맡겼다. 아내는 다 고른 다음 계산을 하고 테이블로 돌아왔다. 곧바로 조리가 되어서 마라탕이 왔다. 아내는 마라탕을 아주 맛있게 먹었다.
아내가 마라탕을 이렇게 게걸스럽게 먹다니. 그런 모습도 처음이었다. 아내는 게걸스럽지만 맛있게도 먹었다. 아내는 나에게 왜 먹지 않느냐고 했다. 우리는 아직 덜 끝난 대화가 있었다. 하지만 아내는 우리의 대화는 전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아내는 내가 좋아하는 재료를 마라탕에 넣었으니 뜨거울 때 먹으라고 했다.
뭐? 내가 좋아하는?
마라탕 안에는 여러 식재료가 들어있었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하나도 없었다. 아내는 내가 좋아하는 식재료가 뭔지 정말 모른단 말인가. 아내는 이 맛있는 냄새가 나지 않느냐고 물었다. 하지만 정말 냄새가 나지 않았다. 내 몸에서 변화가 일어나려고 그러는 것일까. 냄새를 맡을 수 없었다. 나는 그릇에 코를 박고 있었지만 마라탕의 냄새가 전혀 나지 않았다. 아내는 나의 그릇에 마라탕을 떠 주었는데 그 마라탕을 먹을 수 없었다.
아내가 마라탕을 잘 먹는다는 것도 이상하고 내가 좋아했다는 식재료라는 것도 이상했다. 먹지 못하고 있으니까 아내가 꼬치를 하나 나에게 주었다. 먹어 보라고 했다. 그걸 받아서 먹었다. 냄새를 맡지 못하니 맛도 잘 모르겠다. 그저 식감만 느껴졌다. 음식에서 식감만 느껴진다는 게 이런 기분이었다. 먹고 났더니 입이 아팠다. 침을 삼킬 때마다 아팠다. 혀가 닿는 어느 부위가 따끔따끔거렸다.
아내는 마라탕에 밥까지 말았다. 이렇게 많이 먹는 걸 본 적이 없다. 아내는 한 번에 많이 먹는 스타일이 아니다. 몸매를 유지하고 근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조금씩 자주 먹는 편이었다. 나는 아내에게 목에 가시가 박힌 것 같다고 좀 봐달라고 했다. 그러나 아내는 먹는데 정신이 팔려 전혀 나의 말을 듣지 않았다. 숟가락도 집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큰 숟가락으로 마라탕에 만 밥을 떠먹었다. 어쨌거나 맛있게 먹었다. 맛있게 먹는 대신 살은 찌고, 맛없게 조금씩 먹을수록 살은 덜 찐다.
그런 아내의 모습을 보면서 화장실로 갔다. 화장실에 가는 동안 목의 따끔거림이 심해졌다. 목감기가 심하게 걸린 것 같았다. 화장실의 거울에 대고 입을 벌렸다. 입을 보통처럼 벌려서는 가시가 보이지 않았다. 나는 극악하게 입을 벌렸다. 턱이 떨어져 나갈 정도로 입을 크게 벌렸다. 입안에 침이 고여 왔다. 거울을 통해 한참을 가시를 찾아보니 저 안쪽에서 미미하게 빛이 나오고 있었다. 나는 가시를 뺄 생각은 하지 않고 가만히 그 빛을 봤다. 빛나는 가시를 보니 아프더라도 그대로 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어째서 그런 생각이 들었을까. 거울에 비친, 입을 벌리고 있는 나의 모습은 마치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처럼 보였다. 입을 어찌나 크게 벌렸던지 턱이 빠질 것 같았고 얼굴이 늘어난 것처럼 보였다. 입 안에는 침이 고일대로 고여 흘러넘쳤다. 더러웠다. 침을 뱉고 입을 다물면 가시 때문에 입이 아팠다. 가시를 빼야겠다는 생각에 입을 벌리면 입이 아프지 않았다. 미미하게 빛을 내는 가시는 기묘하지만 황홀하기까지 했다. 나는 마치 턱이 빠져라 입을 더 벌렸다. 얼굴이 일그러졌다. 턱이 뻐근하게 땅겼지만 멈출 수 없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