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8.
악몽 때문에 땀을 많이 흘렸다. 옷을 갈아입기 전에 나는 아내를 한 번 깨웠다. 혹시 언제 들어왔는지 물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아내는 깊이 잠들었는지 전혀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옷이 축축하니까 옆구리가 또 따끔했다. 나는 얼른 옷을 벗어서 옆구릴 봤다. 또 가시가 박혀 있었다. 지금까지 박힌 가시들은 크기나 두께와 길이가 전부 조금씩 달랐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가시는 그렇게 나의 몸 곳곳에 와서 박혔다.
가시는 내 몸에 박혀 자신의 존재를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옆구리에 박힌 가시는 미미했지만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전까지만 해도 가시를 뽑아낼 때 아프다는 느낌이 강했는데 그건 어쩌면 내가 가시에 대한 강박 때문인지도 모르는 일이다. 가시는 어디에나 있다. 그리고 가시는 어딘가에 박히기를 바란다. 나는 옆구리에서 뽑은 가시를 상자에 넣었다. 상자 속 가시들은 언젠가부터 대열을 갖추고 있었다. 옷을 벗고 갈아입기 전에 거울에 몸을 비쳐 봤다. 가시가 박힌 곳은 어김없이 약간은 미미한 색감으로 가시가 뽑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몸의 이곳저곳에 가시의 흔적이 생겼다. 마치 곰팡이처럼.
거울에 비친 얼굴을 보니 내 얼굴이 아닌 얼굴처럼 보였다. 손을 드니 내가 아닌 내가 손을 흔들었다. 침대로 돌아와 아내를 봤다. 여전히 몸을 아기처럼 말고 잠들어 있었다. 이불속으로 들어가 아내를 안았다. 작고 예쁘고 아름다운 몸이다. 오랜만에 아내의 몸을 청하려는데 잠이 쏟아졌다. 하지만 이상한 건 잠은 오는데 잠들 수가 없었다. 잠들 수 없는 무엇이 있었다. 도대체 그게 뭘까.
무엇인지 지정하려면 지정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입 밖으로 뱉어내면 흩어지는 것처럼 이 답답함은 무엇일까. 잠이 오지면 잠들 수 없는 이유를 찾기 어려웠다. 그렇게 한참을 있다가 나는 벌떡 일어났다. 일어나는 반동으로 침대가 심하게 흔들렸지만 아내는 깨지 않았다. 나는 아내의 목에 코를 박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그녀에게 냄새가 소거되어 있었다. 아내에게 아무런 냄새가 나지 않았다.
피부의 냄새, 살갗의 냄새, 심지어는 입에서조차 냄새가 빠져 있었다. 대신 탄내가 그 냄새들을 대신했다.
“후각을 잃으셨군요.”
오전에 아내에게 그런 말을(탄 냄새) 했더니 아내는 나를 데리고 병원으로 왔다. 의사에게서 그렇게 들었다.
후각을 잃었다니? 지금 다른 냄새는 나는데?
“그건 그렇게 믿고 싶어서 그렇게 냄새가 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겁니다”라고 내가 다른 냄새가 난다고 했을 때, 들은 의사의 말이었다.
내가 후각을 잃었다니, 무엇 때문에 그렇게 되었을까. 어딘가 심하게 아픈 적도 없고 바이러스에 감염이 된 적도 없다. 지금도 길거리를 걷고 있는데 냄새가 나는? 응? 정말 아무 냄새도 나지 않았다. 아니지, 길거리에 냄새 같은 것이 있을 리 없지. 어딘가 식당 근처에 가면 모를까. 그러나 점점 확신이 없어졌다.
오늘 회사는 반차를 냈다. 아내는 점심을 먹으러 가자고 했다. 마라탕에 밥을 말아먹고 싶다고 했다. 맙소사. 마라탕? 아내가 마라탕을 좋아했던가? 그동안 내가 마라탕 같은 걸 먹지 않으니 아내가 나를 위해 마라탕을 좋아해도 먹지 않았을까. 우리는 보통 솔직해야 할 사이에 더 솔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좋아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더 그렇다. 모든 걸 알고 싶고 비밀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그 반대의 경우가 많다. 아내는 어쩌면 마라탕을 나와 같이 먹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그동안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