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이 흐르는 대로 쓰는 소설 7

소설

by 교관


7.


바람소리가 심하게 들렸다. 몹시 피곤했다. 먹던 저녁도 물리고 일찍 침대에 들었다. 아내가 아직 들어오지 않아서 음악이나 들으며 기다리려고 했다. 아내에게 전화를 했을 때 시끌벅적한 그 소리에 젊은 남자들의 목소리 때문에 음악에 집중을 하지 못했다. 음악은 드뷔시의 ‘목신에의 오후’였다. 목신 판이 잠결에 나른한 모습을 이야기하는 음악이었다. 그러고 보니 내 몸에 박혔던 가시들이 목신 판의 몸을 덮고 있던 나무 같았다. 목신 판에서 떨어져 가시처럼 보였다. 나는 일어나서 상자 속 가시를 한 번 더 보려고 했는데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쿵쿵쿵 쿵쿵.


아내라면 열쇠가 있어서 열고 들어올 것이다. 아무리 술에 취했다고 해도 집으로 오는 습관은 양각으로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어서 찾아올 수 있다고 한다. 어떤 과학자가 하는 말을 들었다.


쿵쿵쿵.


아내가 아니라면 초인종을 누를 것이다. 그러나 쿵쿵쿵 에는 이도저도 아닌 사람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이 밤에 실례인 줄 알 텐데. 누가 이렇게 요란하게 문을 두드리는 것일까.


침대에서 일어나 현관으로 갔다. 오목렌즈로 보니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누구세요?라고 말했지만 대답이 없었다. 돌아서려는데 다시 쿵쿵쿵 소리가 들렸다. 오목렌즈로 보니 아내였다. 비틀비틀거렸다. 술을 얼마나 마시고 들어온 것일까.


나는 문을 열었다. 아내는 비틀대며 들어왔다. 아내가 들어오니 묘한 냄새가 났다. 기이하게도 그 냄새 속에 술 냄새는 없었다. 술 냄새 자리에 뭔가 알 수 없는 냄새가 대신하고 있었다. 탄내 같은 냄새였다. 탄내 중에서 나무를 태우고 비에 젖어서 그런 축축해진 탄 냄새가 났다. 나는 얼굴을 찡그렸다.


“도대체 술을 얼마나 마신 거야?”라고 물었지만 아내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그래서 조금 큰 소리로 물었다. 하지만 아내는 아무런 대꾸도, 어떤 말도 없이 거실로 올라갔다. 신발도 아무렇게나 발로 차서 벗어 버렸다. 평소 아내에게서 볼 수 없는 행동이었다. 아내도 필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을 것이다. 그런 스트레스가 술을 마시면 발현된다. 인간은 누구나 그렇다. 아내도 인간이니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내와 나에게 아기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아내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거실로 올라와 소파에 앉았다. 머리를 뒤로 젖히고 눈을 감고 있었다. 나는 아내에게 얼른 씻고 잠들라고 했다. 그때 아내가 눈을 부릅뜨고 벌떡 일어나서 나를 보았다. 그러더니 서서히 나에게 다가왔다. 그런데 걸어오는 폼이 기괴했다. 무릎을 전혀 굽히지 못하고 걸어서 이상하게 보였다.


“당신, 왜 그래?”


그리고 곧바로 나는 연이어 여러 말을 건넸다.


“나는 회식을 한다는 소리를 듣지 못했는데 도대체 무슨 회식이야? 그리고 주위의 남자들은 누구야?”라고 소리를 질렀다. 남자들에 둘러싸인 아내를 생각하니 화가 났다. 그런데 아내의 피부가 벗겨지더니 나무로 변했다. 그러더니 나무로 된 피부에서 선인장처럼 가시가 돋아나더니 나를 향해 가시가 발사되었다. 가시들은 나의 몸에 박혔다. 아악, 너무 따갑고 아팠다. 나는 도망가려는데 아내의 몸에서 조금은 크고 아주 날카로운 가시가 날아와 오른쪽 눈에 박혔다. 눈에서 피가 흘렀다. 아아악, 그리고 가시가 왼쪽 눈으로 하나 더 날아왔다.


나는 소리를 지르며 눈을 떴다. 자동적으로 눈을 만졌다. 앞이 보였다. 꿈이었다. 나는 숨을 할딱거렸고 손으로 목이나 몸을 더듬었다. 멀쩡했다. 가시가 박힌 곳은 몸 어디에도 없었다. 옆을 보니 아내가 새근새근 잠들어 있었다. 아내는 잠옷까지 갈아입고 잠들었다. 아내는 보통 팬티에 브라를 착용하지 않고 티셔츠 차림으로 잠을 자는데 처음 보는 잠옷이었다. 아내가 들어오는 소리를 듣지 못하다니, 내가 그만큼 요즘에 피곤했던 모양이었다. 나의 얼굴은 하루가 다르게 나이가 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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