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6.
사무실로 돌아가니 모두가 일을 열심히 하고 있었다. 모두 열심히 일을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지만 적막이 흐를 정도로 조용하게 일을 하고 있었다. 또 윗선에서 내가 화장실에 간 사이에 내려와서 근무 환경에 대해서 지적을 하고 갔나? 그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내 자리에 앉았다.
컴퓨터를 보니 동료가 그랬는지 작업을 모두 끝냈다. 진급이 있어서 업무를 허투루 할 수가 없고 미뤄줄 수도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이 시간 엄수다. 한 시간가량 화장실에서 보냈기에 이거 큰일이다 싶었는데 동료가 작업을 다 해 놓았다.
그렇지만 왜?
동료도 자신의 업무가 있다. 자신의 업무를 하기에 벅찰 텐데. 게다가 동료의 성격상 누군가의 업무를 대신해주고 하는 성격이 아니다. 사무실에서 나와 제일 가까운 사이이긴 하지만 그런 사람이 아니다. 무엇보다 한 시간 안에 다 끝낼 수 있는 업무는 더더욱 아니었다. 게다가 결재까지 마쳤다고 했다. 나의 이름으로.
동료에게 물어보려는데 허벅지 안쪽이 욱신거려 그대로 자리에 앉아 버렸다. 어제 아내가 발라준 연고를 들고 와서 화장실에서 발랐는데 가시가 박힌 자리를 파고 들어가서 상처를 아물게 하려고 나를 아프게 하는 것만 같았다.
오후의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고 퇴근 시간이 다가왔다. 나는 동료에게 가서 내가 하던 작업에 대해서 물었다.
“도대체 이걸 어떻게 다 끝낸 거야?”라고 묻자 동료는 내가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동료의 그런 표정은 처음이었다. 마치 들어서는 안 되는 것을 들은 것처럼, 봐서는 안 되는 것을 본 것 같은 표정이었다. 고객들의 불안한 표정도 처음 보는 표정이었고 지금 동료의 표정도 그렇다. 그러다가 동료는 나를 긍휼히 바라보았다. 역시 동료의 그런 모습도 처음이었다.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속이 좋지 않았다. 화장실로 뛰어가서 욕조에 구토를 했다. 먹은 것도 없는데 구토 물은 많이도 나왔다. 구토물의 내용은 알 수 없는 찌꺼기뿐이었다. 내가 먹은 음식의 찌꺼기가 아니었다. 물을 바로 내리지 않고 내용물을 보다가 그런데 잠깐, 욕조라고? 어째서 은행 화장실에 욕조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나니 또다시 속이 안 좋았다. 욕조는 보란 듯이 화장실의 한쪽에 보기 좋게 자리하고 있었다. 나는 변기가 아닌 또 욕조에 오바이트를 했다.
오전에는 공복이었고 점심도 아직 먹지 않았는데 많은 구토물이 나왔다. 마치 나의 과오가 구토물이 되어 밖으로 나오는 것 같았다. 욕조는 기괴하지만 하수도 구멍으로 구토 물을 다 빨아들였다. 쪼그리고 앉아서 속이 편해질 때까지 있었다. 진정이 되고 세수를 하려고 거울을 보니 그새 또 얼굴이 보기 싫을 정도로 수척해졌다. 과오가 구토 물로 나온 것이 아니라 나이가 입을 통해서 다 빠져나간 것 같았다. 눈을 들여다보니 무섭게 핏발이 많이 서 있었다.
가시들이 따로 떨어져 있을 때에는 몰랐지만 상자에 전부 넣어두니 어쩐지 가시들은 스스로 움직여 간격을 좁히는 것 같았다. 나는 몸에 박힌 가시들을 버리지 않고 전부 들고 있다가 상자에 모두 넣었다. 가시에서 여러 가지 색감이 엿보였다. 미미하지만 은은하게 퍼지는 색감, 그 색감들은 가시가 박혔던 피부에서 봤던 색감이었다. 가시가 박혔던 피부의 자리에도 미미하게 빛이 나고 있었다. 그건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 수 없을 정도로 미약한 빛이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