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이 흐르는 대로 쓰는 소설 5

소설

by 교관


5.


알림 소리를 듣지 못할 정도로 잠에 빠져 있다가 일어났을 때 출근 시간 30분 전이었다. 맙소사. 아내는 침대에 없었다. 보통 아내는 오전에는 나보다 늦게 일어났다. 그러나 어제 일찍 잠든 탓인지 아내가 보이지 않았다. 1층의 거실로 내려갔나 싶어서 아내를 불렀다. 그러나 대답이 없었다. 나는 밑의 층에 다 들리게 큰 소리로 아내를 불렀다. 대답이 없다. 아내가 집에 없는 모양이었다. 아내에게 전화를 했다. 아내는 전화기를 들고나갔고 조깅 중이라고 했다.


“아니 왜 아직 집어 있어? 목소리는 또 왜 그래? 이제 일어났어?” 아내가 말했다. 나는 늦잠을 잤다고 했다. 바로 출근을 할 테니 저녁에 보자고 했다.


“조깅? 어디를 달리는 거야?”


“둔천구장을 달리고 있어”라고 아내가 말했다. 아내는 숨이 찬 듯 헉헉 거렸다. 둔천구장이라면 차를 몰아도 한 시간은 넘게 가야 나오는 축구 전용 구장이었다. 도대체 왜 거기까지 가서 조깅을 하느냐고 묻고 싶었지만 출근이 늦었다. 그나저나 아내가 조깅을 했었나? 아내는 체육관에서 근력 운동 위주로 운동을 할 뿐이었는데. 거기까지 생각하고 전기면도기로 수염만 밀고 바로 출근을 했다.


다음 날은 일을 하는데 허벅지 안쪽이 거슬렸다. 나는 일 하다 말고 자주 허벅지 안쪽을 긁었다. 업무에 집중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신경이 쓰였다.


아픈 것이 가려움을 긁어서 오는 아픔이 아니었다. 그것이 아니라 허벅지 피부의 밖이 아니라 안쪽이 어떤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생물에 의해 긁혀 먹히는 것처럼 아팠다. 허벅지를 긁다가 너무 아파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버렸다. 의자가 뒤로 쿵 하며 밀려 시끄러운 소리를 냈다. 동료가 놀라서 나의 데스크 쪽으로 왔다.


“왜 그래?” 동료가 물었다.


나는 허벅지를 긁었을 뿐인데 숨을 헐떡거리고 있었다. 동료는 손을 뻗어 나의 귀 윗부분에서 머리카락을 하나 꺼냈다.


“이봐, 자네 아침부터 아내에게 많은 사랑을 주고 온 모양이구만. 자네 아내는 글을 쓴다고 했지? 지난번에 봤을 때 굉장한 미인이던데. 자넨 전생에 나라를 구했을 모양이야……. 부럽구만.” 동료는 이어서 말을 계속했다.


“나는 자네가 부러워. 나의 아내는 셋을 낳고 난 뒤에 나는 완전히 뒷전이야. 나는 그저 돈 벌어다 주는 기계에 지나지 않아. 아내는 오로지 육아에만 전념을 하고 있네. 세상의 모든 에너지를 거기에 쏟아붓고 있다고, 나는 집에서 밥도 못 얻어먹거나 애들이 먹는 걸 먹고 있어. 믿기나?” 동료는 뭔가 생각에 잠기는 듯했다. 나는 동료에게 머리카락을 건네받았다.


동료가 건네준 머리카락은 아내의 머리카락이 아니다. 아내는 이만큼 길지가 않다. 그리고 색도 다르다. 생각을 이어가려고 했지만 허벅지가 신경이 쓰였다. 동료에게 화장실에 갔다 올 테니 내가 하던 일을 좀 봐달라고 했다.


화장실에서 바지를 내리고 허벅지 안쪽을 보았다. 역시 가시였다. 이번에는 아주 작은 가시들이 촘촘하게 박혀 있었다. 1센티미터도 되지 않는 가시들이 빼곡하게 박혀 있었다. 마치 선인장에 허벅지를 비빈 것 같았다. 작은 가시들이 스무 개 정도 박혀 있었다. 손톱을 세워 힘을 주고 가시들을 뽑아냈다. 뽑아낼 때 살갗도 딸려 왔다. 뽑힐 때 약간 따끔했다. 막상 뽑아내고 나니 살갗은 멀쩡했다. 그렇게 아프지 않았다. 코털을 뽑아낼 때 같을 정도의 자극이었다.


허벅지 안쪽의 피부가 물렁물렁해서 그런지 가시들은 마치 그곳에 난 단단한 털 같았다. 가시들을 전부 뽑아내고 그 자리를 문지르고 주머니에 있던 연고를 바르고 바지를 입고 나니 거의 한 시간이나 지나가 버렸다. 나는 뽑아낸 가시들을 버리지 않고 전부 챙겼다. 상자에 넣어 둬야겠다고 생각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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