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4.
아내는 올빼미 파라 저녁이 되어야 글이 잘 써진다고 했다. 그래서 아침에 아내가 잠든 모습을 보며 출근을 했고 저녁에 집으로 들어오면 아내와 인사를 잠시 하고 난 후 저녁을 같이 먹고 아내는 글쓰기에 돌입을 했다. 아내는 그대로 새벽까지 글을 쓰는 경우가 많았다.
아, 아팠다. 등이 또 따끔거렸다. 이번에는 허리 쪽이었다. 나는 엎드려서 아내에게 봐달라고 했다. 섹스를 하는 동안에는 아무런 느낌이 없었는데 또 따끔거리기 시작했다. 아내는 불은 켜지 않고 휴대폰 불빛으로 등을 비추었다. 그리고 가시가 박혀있다고 했다. 앞서 뽑아낸 가시와 비슷한 가시였다. 가늘고 길고 기묘한 색을 가진 가시가 거기에 박혀 있었다. 아내는 가시를 빼냈다.
“이게 뭘까?”라고 하니 아내는 “가시”라고 또박또박 말했다. 가시는 가늘고 길었다. 색이 기묘했다. 어두운 색인데 나무색이 섞인, 거기에 아주 약간 녹색 기를 띠고 있었다.
“가시인 건 알겠는데 가시가 정말 맞나 싶은 거지. 가시인데 가시가 아닌 거 같아.” 나의 말에 아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는 가시가 박혔던 곳이 가려웠다. 긁어도 긁어도 가려워서 일어나 화장실로 갔다. 가시가 박혔던 피부에서 약간의 녹색, 그러니까 녹색으로 느껴질 만한 빛이 나타났다. 연고를 바르려고 하니 덧나는 게 아닐까 싶어서 그대로 두었다.
그때 손가락 끝에서 피가 다시 났다. 붕대를 감으려고 피를 닦으니 가시가 박혔던 곳에서 약간 보라 빛이 가미된 빛이 미미하게 났다. 이런 색감의 빛은 난생처음 봤다. 빛이 감돌고 난 후 아프지 않았다. 아픔이 점차 줄어들었다. 한참을 그 빛을 보다가 침실로 돌아왔다. 바르지 않은 연고를 아내에게 발라 달라고 하려니 아내는 이미 잠들었다. 올빼미 파인데 벌써 잠이 들었다. 불 꺼진 방에서 잠든 아내의 옆얼굴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볼에 살짝 입맞춤을 했다.
거울에 비친 나의 얼굴을 보았다. 곤히 잠든 아내의 얼굴에 비해 나의 얼굴은 5년 정도 더 늙어 보였다. 나는 아내에게 풍족한 생활을 약속했다. 그리고 결혼에 골인했다. 아내처럼 예쁘고 날씬한 여자와 살면 그만큼 책임져야 할 나의 역할이 늘어난다는 것쯤 각오했다. 가끔씩 아내의 얼굴에서 불안을 보았을 때 나는 더 열심히 일과 사랑, 가장에 힘을 쏟았다. 그렇다고 해서 내 능력 밖으로 노력을 한다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게 하면 에너지의 소모가 너무 심해서 결국 나는 방전이 되고 말 것이다.
아내 역시 나를 사랑하고 있고 나를 위해서 뭐든 다 해주고 있다. 그러나 가끔이지만 아내는 권태에, 안 써지는 글에, 이웃과의 관계 때문에 불안해했다. 그럴 때는 아령이가 꼭 다른 아령이처럼 보였다. 아내이긴 했지만 아내가 아닌 것 같았다. 겉모습은 나의 아내였지만 내면이 완전히 다른 사람들이 들어앉아 있는 것 같았다. 아령이는 아내의 이름이다. 그때는 내가 아무리 옆에서 아내를 즐겁게 해주려고 해도 전혀 소용이 없었다.
지금 잠든 아내의 얼굴에는 슬픔이 소거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아니 뭐랄까 어떠한 감정도 담기지 않은 얼굴을 한 채 잠들어 있었다. 불안도 보이지 않았지만 기쁨도 없었다. 기묘했다.
아기를 가지고 싶어 해서일까. 이런 얼굴의 아내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아내의 옆에 누웠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새벽 2시까지 그대로 눈을 뜬 채 잠들지 못했다. 그대로 누워 있다가 일어났다. 그때 시간이 2시 22분이었다. 화장실로 가서 거울을 다시 봤다. 늘어난 주름과 거칠어진 피부가 도드라지게 보였다. 너무 늙어 보이는 것 같아서 마치 나의 얼굴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아내의 얼굴은 감정이 소거되어 있어서 아내의 얼굴이 아닌 것처럼 보였고 나의 얼굴은 노화가 급히 와서 나의 얼굴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