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3.
“아기를 가지면 돈이 들잖아. 그리고 신경 쓸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야”라고 나는 말했다. 아내의 말은 맞지만 지금 아기를 가지면 둘 다 힘들어진다. 조금 더 있자고 나는 아내에게 말했다. 그러자 아내는 그렇게 미뤄서 지금까지 온 것이 벌써 3년이나 되었다고 했다.
참 이상했다. 아내는 아이들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다. 물론 아픔으로 낳은 자신의 아이는 사랑하겠지만 아내는 기본적으로 아이들을 싫어했다. 아이를 당분간 가지지 말자고 한 것도 아내였다. 결혼을 하고 좀 있다가, 그러니까 5, 6년 정도 있다가 아기를 갖자고 아내가 말했다. 그동안 우리는 할 것이 많았다. 일단 빌라를 구입하는데 든 비용을 충당해야 했다. 대출을 제외하고 도움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는 즐겁고 행복했다. 아기가 꼭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도 않았고 이야기도 꺼내지 않았다.
아내는 친구들이 출산 후 망가진 몸매 때문에 마음고생을 한 것을 봐왔기 때문에 아내는 자신의 예쁜 몸매를 유지하고 싶어 했다. 출산 후에 결혼 전의 몸매로 돌아가는 길은 너무나 힘겹고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육아에 매진하다 보면 어떤 친구는 아이가 한쪽 젖만 빨아서 그쪽만 젖이 쳐졌거나 퉁퉁 부어올랐다. 튼 살이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기도 했다. 아내는 자신의 예쁜 몸매를 유지하고 싶어 했다.
아내는 미인이다. 무척. 아주 예쁜 얼굴에 매일 두 시간씩 체육관에서 운동을 하고 있다. 특히 하체 운동을 더 많이 해서 허벅지의 근육이 탄탄해서 보기에도 멋있다. 위로 올라온 엉덩이와 잘록한 허리를 가지고 있었다. 아내는 글을 잘 쓴다. 그래서 일상에서 보이는 모든 것들을 에세이로 써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다. 사람들이 어느 날부터 몰리면서 출판사에서 의뢰가 들어왔고 회사와 계약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글을 잡지사에 기고하고 있었다. 여러모로 보아도 아내가 애를 가질만한 여유와 시간도 없을뿐더러 아내는 그토록 아기를 바라지 않았다.
아내는 연고를 발라준 다음 불을 끄고 옷을 벗었다. 아내는 결점이 하나 있었다. 결점이라기보다 아내 자신이 생각하는 콤플렉스다. 아내는 왼쪽 젖꼭지가 함몰유두다. 그래서 나에게 보여주기 싫어한다. 혀끝으로 느껴지는 십자 모양의 함몰이 나는 좋았다. 나는 아내의 신체 모든 부분을 좋아했다. 그러나 아내는 절대 불을 켜서 그대로 나에게 보여 주기를 꺼렸다. 유두에 혀끝이 닿으면 아내가 흥분을 하고 유두를 빨 면 함몰된 유두가 돌출이 되었다. 아내는 야생의 짐승이 된다. 그런 아내가 느닷없이 아기를 가지고 싶어 했다.
“몸매가 망가질 텐데.” 내가 말했다.
“괜찮아. 망가진 몸매는 옷으로 가려지니 문제없어.” 아내가 말했다.
“지금보다 열 배는 강력한 우울에 시달릴지도 몰라.”
“핑곗거리가 생겨서 좋네, 당신”라며 아내는 나의 페니스를 꽉 잡았다. 아앗, 나는 아내를 안았다. 그리고 우리는 또 한 번의 섹스를 가졌다. 아내와 섹스를 한다는 건 쾌감, 흥분, 행복이 최고치에 이르게 했다. 섹스가 끝나고 우리는 나란히 누웠다. 천장이 눈에 들어왔다. 천장을 자세하게 보기는 어쩌면 처음인 것 같았다. 이상한 건 아기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오랜만에 속에 있는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부부라는 건 가장 가까운 관계지만 정말 속에 있는 건 숨기는 사이일지도 모른다. 상처 주기 싫은 이유 때문에 더 큰 상처를 주기도 한다. 어려운 건 말하지 않는 관계가 부부일지도 모른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