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이 흐르는 대로 쓰는 소설 1

소설이다

by 교관


1.


[삶이 항상 아름다울 수는 없을까. 삶은 사람들에게 행복과 즐거운 보다는 어둠, 추악함 그리고 불행을 더 많이 가져다준다. 사람들은 잠깐의 행복한 시간을 동력 삼아 긴긴 불행하고 행복하지 않은 시간을 보낸다. 이런 시간 속에 도사리고 있는 것은 불안이다. 아이에서 벗어나는 순간 사람들은 늘 불안에 시달리고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 불안 때문에 내일이 오는 것이 두렵다. 그 때문인지 나는 늘 두려움을 안고 살아간다. 어둠이 지속되는 밤이면 나는 나의 추악함과 마주해야 한다. 나의 추악함이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본능적인 나의 마음이다. 마주하는 일은 너무나 무섭고 겁이 나지만 피할 수 없이 나의 영혼의 추악함이 또렷하게 보였다. 나는 내가 미쳤거나 이상해진 줄 알았다. 추악함을 마주하다니 그건 인간에게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내가 틀렸다는 것을 알았다. 추악함은 오히려 아름다움이었다. 내가 만들어낸, 내가 탄생시킨, 내가 낳은 그 추악함. 그건 이 세상에 하나뿐인 나도 모르는 미질이었다. 미천 건 내가 아니라 세상이었다. 이 미친 세상에서 내가 지켜야 할 사람이 있다.]


나는 이 부분이 좋아서 계속 읽고 있다. 이건 아내가 본격적으로 쓴 글이다. 나는 거의 매일 사람들의 불안한 표정을 마주해야 한다. 인간에게서 나올 수 없는 표정이었다. 그리고 그 불안한 표정은 내내 나의 몸 어딘가에 들러붙어 집까지 따라왔다. 평소에는 사람들에게서 그런 표정, 그런 분위기가 나타날 수 없다. 불안한 표정을 짓는 것만으로도 두려움을 가질 수 있다는 걸 나는 알았다. 그 불안한 표정이 잔상처럼 눈을 감아도 따라다녔다. 끔찍한 일이다. 손을 휘저으면 잔상이 흐트러졌다가 쳬셔의 얼굴처럼 허공에 둥둥 떠 있었다. 나도 모르게 손을 휘젓다가 벽에 튀어나온 못에 긁혀 손가락 끝에서 피가 났다.


피를 보는 건 오랜만이다. 피가 뚝뚝 떨어졌다. 이 피가 마치 불안한 표정에 떨어지는 것 같았다. 그 표정이 나의 피를 그대로 흡수했다. 불안한 표정은 피를 야금야금 먹고는 불안의 깊이가 확장되었다. 그 표정을 마주 할 때마다 나는 사념에 빠져들었다. 어째서 어느 순간 그런 불안한 표정을 짓게 되었을까. 어쩌면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전부 불안한 표정을 쿠키영상처럼 남겨두는 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정작 본인은 그런 표정인지 알지 못한다.


대출이 막혔다고 말했을 때 그 고객의 표정은 불안하게 변했다. 나는 속으로 제발 그 표정만은 짓지 마세요,라고 했지만 어김없었다. 여지를 남겨두는 법이 없다. 고객이 매달릴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다. 하지만 우리 은행에서는 개인에게 대출을 내주지 않는다. 중소기업이나 조합 같은 곳에 대출을 내주는 곳이다. 안 되는 걸 해 줄 수는 없다. 도대체 누가 개인을 사무실에 보냈을까.


대출 업무 사무실에는 지금 기업대출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그런데 피가 났단 손가락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참을 만하면 참고 일을 하겠지만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아팠다. 나는 동료에게 고객을 좀 부탁하고 화장실로 갔다. 붕대를 붉게 물들였다. 피가 또 나는 것이다. 나는 근래에 그 손가락 끝에서 피를 자주 흘렸다. 고객이 가고 나서 다시 오기를 반복하는 며칠 동안 어느 날은 칼에, 어느 날은 종이에 배였다. 화장실에서 붕대를 풀어서 피를 닦아 냈다. 아팠다.


피가 나는 손가락의 상처 안에 뭔가가 있었다. 이럴 수가. 가시가 박혀 있었다. 작은 가시가 상처 안으로 파고 들어가 피부의 안쪽을 찌르고 있었다. 가시는 크지 않았지만 상처를 찔러서 피를 냈다. 이대로 두면 상처가 곪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가시는 어디에서 박힌 것일까. 전혀 기억이 없다. 뽑아낸 가시를 보니 생선 가시는 아닌 것 같았다. 그렇다고 선인장 가시도 아니고 내가 아는 한 처음 보는 가시였다. 어디서 박혔을까. 다시를 버리려 하다가 휴지에 싸서 주머니에 넣었다. 처음 보는 그런 가시라서 그랬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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