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그는 암이 깊어 병원에서 곧 죽을 운명이었다. 아직 결혼도 하지 못했는데, 자동차 산지 5개월도 안 됐는데, 느닷없는 암은 나의 모든 것을 다 가져가려 한다. 너무 억울하다. 아직 30대, 밖의 공기는 맑고 태양은 빛나고. 나는 이런 자연을 제대로 느끼지도 못하고 죽어야 한다니, 무엇보다 좋아하는 여자가 있는데 같이 밤을 보내지도 못하고 이대로 끝내야 한다는 게 너무 아쉽고 억울하다. 내가 무엇을 잘못했나. 내가 지금까지 누구를 욕하거나 원망한 적도 없다. 도대체 신이라는 게 있기나 한가. 왜 죽어야 마땅한 인간들이 뉴스에는 저렇게 많이 나오는데 신이라는 이 개자식은 어째서 나를 데리고 가려할까. 그는 암이 온몸을 갉아먹는 깊은 밤 신을 향해 큰소리로 욕을 했다. 그러자 밤하늘의 한 지점에서 소용돌이가 치더나 신이 나타났다. 이왕 죽을 거 그는 신에게 삿대질을 하며 욕설을 퍼부었다. 신은 듣고 있다가 그만 그와 거래를 했다. 살고 싶으냐? 죽음이 두려우냐? 인간은 어차피 죽는다. 태어나자마자 죽음으로 가는 배를 탔다. 항해 도중에 먼저 내리는 사람도 있고 끝까지 가서 내리는 사람도 있다. 지금 생명이 다해서 죽는다면 후에 지금보다 더 한 고통으로 비참하게 죽음을 맞이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그는 죽기 싫다고 했다. 100년 살다가 죽고 싶다고, 아니 불멸하는 삶도 괜찮다고 했다. 이 아름다운 세상 영원히 변하는 걸 보며 즐기고 싶다. 신은 나와 거래를 하고 싶으냐. 너에게 영원한 생명을 줄 테니 대신 너는 영원히 살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이것이 나와의 거래다. 괜찮겠느냐. 그는 살 수만 있다면, 이 지긋지긋한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다 좋다고 했다. 신은 이로써 우리의 거래가 성사되었다며 사라지고 말았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거짓말처럼 암세포가 사라졌다. 그는 그렇게 100년을 살았다. 영원히 죽지 않고 산다면 신에게 죽여 달라고 울고 불고 매달릴 것 같지만 아니었다. 그는 세상이 너무나 재미있고 아름답고 살맛 나는 연속이었다. 그는 또다시 백 년을 살았다. 200년 정도 살면 분명 세상에 적응하느라 힘들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천만의 말씀이었다. 그는 암으로 죽었다면 이렇게 변하는 세상의 모습을 보지 못하다니 너무나 안타깝고 슬픈 일이다. 그는 다시 백 년을 살았다. 그는 힘들고 지쳐버렸다. 늙지 않으니 결혼도 하지 못한다. 어쩌다 사랑하게 될 지라고 반드시 헤어져야만 한다. 모습이 그대로니까 불편한 것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한 곳에서 10년도 살지 못한다. 변하지 않는 모습이기에 누군가 이상하게 여겨 주시할지도 모른다. 만약 불사의 존재라는 게 알려지면 정부에 잡혀 여러 연구기간을 돌며 실험을 당할지도 모른다. 영화 속 쫄쫄이 메리야스 슈퍼영웅이라면 능력이라고 발휘할 텐데 그저 불사하는 것이다. 아무리 죽여도 죽지 않는 능력만 있어서 아픔의 고통은 느낀다. 그러니 이백 년을 견디면 신에게 죽여 달라고 매달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신도 어쩌지 못한다. 신의 능력 밖의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50억 년이 지나 태양의 폭발로 인해 지구가 사라지더라도 죽지 않고 우주를 떠돌아다니게 된다. 전 우주의 고독을 계속 느끼며 아무것도 없는 공허한 공간을 죽지 않고 떠다녀야 한다. 외계인도 없고 평행이론의 지구 역시 존재하지 않으며 그저 우주의 먼지를 흡입하며 숨을 못 쉬어 오는 고통을 반복하며 떠 다녀야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