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 오마주]
15.
“그렇소. 당신들에게는 위협적인 기운이 전혀 없소. 나정도 살면 그런 것은 눈에 들어오오. 대신 나도 부탁이 하나 있소. 어쨌거나 당신들은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니까 내 부탁도 하나 들어주면 당신들이 원하는 빵은 실컷 들고 가시오.”
“무엇이죠? 그리고 이것 좀 더 주세요.”
그녀의 모습을 지켜보던 그가 양손을 들어서 포기했다는 모습을 취했다. 그녀는 화이트 초콜릿 무스와 피스타치오를 더 달라고 했다. 주방장은 물론, 이라며 부드러운 초콜릿 무스와 피스타치오를 내 왔다. 주방장은 말을 이었다.
“내년에도 오늘처럼 여기를 습격해 주시오. 똑같이 말이오. 당신들 나름대로 위협적인 모습으로 리볼버를 들고 내년에도 똑같이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기 전에 이곳에 들러서 빵을 털어 주시겠소?”
커넬 샌더스를 닮은 주방장은 말을 끝내고 주방으로 들어가서 큰 케이크 상자를 들고 왔다. 그와 그녀 앞에 내놓으며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말하며 좋은 추억을 만들어줘서 고맙다고 했다. 눈은 끊임없이 내려서 그와 그녀의 렌더 크루저는 정말 하얀 거대한 무스케이크 같은 모습이 되었다. 시애틀의 12월 밤하늘은 새하얀 눈으로 가득했다. 그녀는 그렇게 많이 먹었음에도 미켈란젤로의 조각 같은 몸매를 유지했다. 이제 그들은 랜드크루저에 올라서 집으로 가서 페치카에 불을 피워 따뜻하게 한 다음 소파에 앉아서 행복하게 앞으로의 무료함과 공복감을 달래면 되었다. 새하얀 눈 내리는 하늘에서 빙 크로스비의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흘러나왔다.
*
2012년 12월 시애틀의 겨울은 작년과 비슷한 모습이었다. 반나절이나 내린 눈은 모든 것을 덮었고 추위는 사람들을 웅크리게 했다. 메인스트리트의 나무들은 여전히 크리스마스 불빛을 한 옷차림이었고 그가 몰고 있는 랜드크루저의 창문 밖으로는 하얀 눈이 사선으로 내리고 있었다. 시애틀의 겨울밤은 일찍 찾아온다. 사람들이 예측할 수 없을 만큼 순식간에 밤은 하늘을 덮어 버렸다. 아직 오후 4시가 되지 않았음에도 시애틀의 하늘은 어둑해졌다. 어두워진 시애틀의 밤하늘을 크리스마스 불빛들이 하나씩 켜지기 시작했고 겨울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그녀는 카페의 창가 쪽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커피를 마시며 글을 적는 행위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녀는 미동 없이 글을 적었다. 활자 속에 자신의 생각이 변형되지 않은 채 순수하게 적히기를 바랐다. 그녀는 공간 속에서 손가락 외에 움직임이 없었다. 이미 식어버린 커피의 수면은 맛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고요했다. 그녀는 바로 옆의 창문으로 고개를 돌려 내다본다든지 화장실을 가지도 않았고 누군가 카페 안으로 들어오는 소리가 시끄럽게 들려도, 커피 빈을 갈아대는 소리에도 신경 쓰지 않았다. 오로지 글을 적는데 만 집중을 했다.
그가 온 것을 눈치챈 것일까. 그녀가 순간 고개를 들어 창문을 내다보고 그가 걸어오는 모습을 발견했다. 글을 적고 있던 펜을 손에서 내려놓고 재킷도 걸치지 않은 채 스웨터 차림으로 눈 내리는 거리로 달려 나가 그의 품에 안겼다. 그는 그녀의 얇은 스웨터가 걱정되었는지 그녀의 등을 꽉 안아주었다. 그녀의 향이 눈 내리는 시애틀의 거리에 퍼졌다. 두 사람은 그녀가 앉아있던 카페로 들어갔다.
“준비는 다 했어요?”
“물론 모든 것이 완벽해. 어때? 사라는? 리볼버는 구했어?”
“설마요. 이제 총 같은 건 필요 없어요. 안톤 체호프는 틀렸다구요. 우리는 이대로 빵집을 습격하러 가면 돼요. 단지 공복감이 작년보다 덜 하다는 게 문제지만 말이에요.”
“그렇군. 이제 총 같은 것은 필요 없군. 작년만큼 많이 먹을 수 있을까?”
“그 점은 자신 있어요. 공복감의 문제가 아닌 것 같아요. 당신은?”
“나는 점점 자신이 떨어져 가는군. 어떤 유명한 배우가 한 말이 떠올라. 성공을 했음에도 인생은 계속되고 있잖아. 인생이란 성공을 강요하지만 도달해도 허무하기 마련이야.”
“싱거운 사람.”
그녀는 그의 옆에 앉아서 그에게 기댔다. 그는 그녀의 가냘픈 어깨를 꼭 쥐고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서 그의 눈을 블랭크 스테어 했다. 공허한 그녀의 눈동자 속에 신비로움이 가득했다. 채워도 채워지지 않을 것 같은 그녀의 눈동자 속에는 많은 세계가 서려있었다. 깊이를 알 수 없어서 더욱 미스터리한 눈동자를 그녀는 지니고 있었다. 그녀는 그의 팔을 더욱 꼭 끌어안고 그에게 바짝 붙었다. 카페 안은 조금 쌀쌀했다. 그녀가 시계를 보고 시간을 확인했다.
“이제 맛있는 케이크를 털러 갈 시간이에요.”
“빙고!”
그의 말에 그녀는 밝은 웃음을 보였고 그를 더욱 세게 안았다. 동시에 작은 그림자가 그의 말에 폴짝 뛰어올랐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