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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Mar 18. 2020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34

2장 1일째


34.

 목이 타 들어가는 느낌은 어째서 이렇게 나는 것일까.


 던킨 도넛의 에그 세트 역시 입안에서 겉도는 맛이었다. 씹어서 넘길 수가 없었다. 정크 푸드에 신선도를 운운하기는 뭣하지만 오전 시간대의 세트메뉴 제품은 그런대로 신선하다는 분위기가 있었다. 그동안은.


 하지만 지금 먹고 있는 메뉴는 상온에서 24시간 이상 보내고 기운이 다 빠져나가버린 맛이 났다. 여름 감기란 조금은 무서운 것이구나. 마동은 손에 들고 있는 것들을 바라보았다.


 소피는 자신의 길을 펼치는 곳으로 워싱턴을 택했다. 워싱턴은 다른 곳보다 부동산에 관한 부분이 생각 이상으로 비쌌지만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소피는 집세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비디오 촬영을 한다거나 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어덜트 박람회’ 같은 이벤트에 반드시 참석했으며 행사가 없는 날에도 끊임없이 콘텐츠에 관련된 무엇인가를 꾸준히 해야만 했다. 하루에 헬스클럽에서 두 시간 이상의 강도 높은 트레이닝을 받는 것은 물론이고 그동안 콧대 수술과 치아교정이나 치아미백 시술도 여러 번 받았다. 메이저급의 포르노 배우나 성인 연기자들은 매니지먼트 회사에서 모든 것을 지원해주었지만 B급 이하 배우들에게는 이 모든 것이 자신들의 몫이다. 연기력이나 깊이 따위는 이 세계에서는 필요하지도 존재하지도 않았다. 살아남는 것이 이 세계에서는 무엇보다 중요했다. 일단 살아남아야 한다. 생명이 짧은 이 바닥에서는 단 시간에 원하는 것을 이뤄내지 못한다 해도 어떻든 살아남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했다.


 트윗: 소피, 오늘 저녁은 뭘 먹었어?


 트윗: 동양의 멋진 친구. 다이어트 중이라 오늘도 저녁은 건너뛰었어. 아니, 오이 몇 개를 지금 씹어 먹고 있는 중이야.


 소피가 오이를 씹어 먹는 장면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트윗: 오이는 정말 대단한 채소인 거 같아.


 소피가 오이를 먹는 장면을 찍은 사진이 트위터 라인에 올라왔다. 더 보여달라는 사람들의 맨션이 소피의 라인에 가득 찰 것이다. 마동은 소피가 오이를 보며 이리저리 돌리는 장면도 떠올랐다.


 트윗: 몸매를 관리하고 유지한다는 건 고통스러운 일이야/ 하지만 난 그 고통을 즐기고 있으니 곧 좋은 소식으로 다가오리라 믿어/ 아, 내일은 하루 종일 수영장에서 비디오 촬영이 있는데 남자 배우가 상당히 거칠어서 걱정이야.


 오이에서 수영장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수영장에서 오이의 모습을 한, 남자와 성인영화를 찍는 소피의 모습이 떠올랐다. 마동은 어젯밤 이후로 아무래도 머리가 엉망이 되어 버린 듯했다.


 트윗: 소피, 내일 일을 하려면 그래도 오늘 저녁은 든든하게 먹어 두는 게 낫지 않아?


 트윗: 나도 그러고 싶은 마음은 가득하지만 결심을 무너뜨릴 수 없어/ 엉덩이가 더 이상 쳐지는 걸 볼 수는 없다구.


 소피는 맨션 밑에 자신의 엉덩이 사진을 첨부했다. 엉덩이는 꽤 크고 잘 익은 펌킨을 연상케 했다. 포르노 배우들은 대부분 엉덩이가 아주 크거나 마른 체형임에도 큰 엉덩이를 가지고 있었다. 7월의 태양은 지독히 뜨겁거나 미치도록 뜨겁거나 둘 중 하나인 것처럼. 포르노 배우 중 여자 흑인들의 엉덩이는 거대했다. 소피가 자신의 동료라며 흑인 여자의 엉덩이 사진을 트위터에 한 번 올린 적이 있었다. 엉덩이가 어린아이 만했다. 그런 엉덩이를 흔들며 성인영화를 찍고 있는 흑인 여자들은 기계적으로 직업정신에 입각한 투철하고 강한 로봇처럼 움직였다. 표정도 사람의 모습에서 벗어난 얼굴처럼 보였다. 일전의 소피가 메일로 보내준 파일을 보면서 든 생각이었다. 소피는 슈퍼사이즈 펌킨 같은 엉덩이에 대해서 마동의 생각을 들려 달라고 했고 마동이 생각한 것을 듣고 참고하겠다는 이메일을 보냈었다. 그에 비한다면 소피는 대단히 인간적이었다. 소피의 가슴 역시 일반인들에 비하면 큰 가슴이었지만 그녀는 수술할 필요에 대해서 한 시간이나 이야기한 적이 있어서, 그때 지금 가슴이면 충분하잖아,라고 설득하는 것을 마동은 포기하고 말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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