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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May 06. 2023

25. 울릉도 가는 길

소설


 여름방학에 울릉도로 오라는 득재의 연락을 받았다. 여름방학이 끝나려면 20일이나 남았고 배 값만 마련해서 오면 된다고 했다. 우리는 열심히 돈을 그러모아 울릉도로 향했다. 배는 처음 타는 것이었다. 포항으로 가는 것부터 즐거웠다. 에어컨이 나오지 않는 시외버스의 창문으로 들어오는 후텁지근한 바람 속에 풀냄새가 섞여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포항에서 이름도 거창한 배에 올라타고 울릉도로 향했다. 우리가 사는 곳도 바다가 인접해 있지만 포항의 구룡포가 그림처럼 보이는 바다는 우리가 마치 소설 속에 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 정말 말로만 듣던 끝없는 수평선이 사람을 미치게 하는지 출발할 때는 알지 못했다.     


 상후는 오지 못했다. 중요한 피아노 레슨이 겹쳤다. 할 수 없었다. 어쩔 수 없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우리는 3등석에 올랐다. 1등석은 침대칸이었고, 2등석은 버스처럼 의자가 있는 곳이고, 3등석은 바닥이다. 하지만 그것이 더 재미가 있었다.      


 수녀들이 여러 명 보였고, 대학생들로 보이는 무리도 있었다. 닭도 가득 탔고, 나물을 이만큼, 아니 어마어마하게 이고 탄 사람도 보였다. 그리고 여학생들끼리 온 무리도 보였다. 아무튼 3등석인 말 그대로 남녀노소가 왁자지껄 거리는 곳이었다. 열어놓은 창문으로 바다가 만들어내는 바람이 들어와서 사람들을 훑고 맞은편의 창으로 빠져나갔고 소음이 바람에 따라 움직였다.     


 대학생들은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하지만 70년대 통기타 반주에 꽃노래를 불렀다.


 그것과 우리는 좀 다르지.     


 효상이 기타를 열어 테슬라의 love song 도입 부분의 기타 연주를 했다. 몇 분이나 이어지는 기타 연주는 어른들은 물론이고 여학생 무리까지 끌어 모으는데 손색이 없었다. 특히 43초쯤에 이어지는 손가락 주법은 기가 막혔다. 효상이 미간에 힘을 주고 손가락을 자유자재로 움직였다. 드디어 럽송의 본격적인 리듬 연주를 했다. 와아아아 하는 함성이 터졌다. 효상은 이미 예상했다는 듯 입술 한쪽 끝을 위로 올렸고 우리는 그 리듬에 머리를 서서히 흔들었다.   

  

 다시 와아아아 할 때 피아노처럼 연주하는 부분이 나온다. 그리고 나비가 날아다니듯 고요해지는 부분으로 이어질 때 사람들은 다시 와아아아 했다. 트럭 기사였다가 테슬라의 보컬이 된 제프만큼 멋지진 않았지만 기철이가 바로 받아서 럽송을 불렀고 나는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었다. 학생 주제에 목에 카메라를 걸고 다니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필름이라 사실 사진 찍는 시늉만 했다.     


 그때 연주를 하던 효상이 갑자기 기타를 들고 밖으로 달려 나가는 것이다. 전조도 없었다. 아직 노래가 끝이 나려면 멀었는데. 그리고 머리를 흔들며 노래를 부르던 기철이도 효상이를 따라 밖으로 뛰어 나갔다. 그때서야 알았다. 신호가 오는 것을. 몸을 많이 움직이며 머리를 흔드는 것이 시동을 거는 것이라는 것을.     


 나 역시 눈이 커지며 일어나서 갑판 위로 달려갔다. 배 위로 가니 몇 명이 쭈그리고 앉아 우웩 우웩 거리고 있었다. 영화에서처럼 갑판 위에서 바다를 보며 오바이트를 하는 것이 아니라 갑판 위에는 통이 있었다. 어째서 우리만 나란히 등을 구부리고 죽을 것처럼 꽥꽥 거리는 것일까.     


 고개를 들어 본 바다는 아주 평온해 보였다. 그때 알았다. 한 시간 전에 봤던 수평선이 한 시간 후에도 같은 곳에 같은 모습이고 또 한 시간이 지나도 그곳에 선을 만들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3등석에서 울려 퍼지는 조개껍질 묶어……. 같은 꽃노래들.



테슬라의 럽송https://youtu.be/ZwKlI1yb838 Tesla - Love Song (Live 1990) Five Man Acoustical Jam. 제프의 목소리 너무 좋아 ㅠ

Anthony Scott Lawr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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