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1.
냉장고 나라에 살고 있는 당근이 아주 못 마땅한 듯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을 보고 계란이 다가갔다.
"표정이 말이 아니군"
"흠"
당근은 심각한 모습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감정이 쉽게 바뀌지 않았다.
"무슨 일이지? 어이 이봐 당근 자네 코에 코털이 삐져나왔네. 내가 뽑아줄까."
"흐음"
당근의 한숨이 냉장고 나라에 깊게 불어 닥치는 허연 냉동 바람에 휩쓸려 사라졌다.
"실은 말이지 그것 때문이야. 코에서 코털이 자꾸 삐져나온다네. 자네는 흥! 하겠지만 나에겐 골칫거리야. 나날이 더 길고도 검은 코털이 자꾸 생성되네. 깎아내면 깎아낼수록 다음날이 되면 보란 듯이 길게 삐져나온다네."
요즘은 보기 드물게 온몸이 하얀 계란은 당근을 애처로운 듯 바라보며 당근의 곁으로 갔다.
당근은 내일이면 세상이 끝나는 듯 한 얼굴을 하고 계란과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계란의 눈에 비친 당근의 코털은 당근에게 어울리지 않게 코에서 삐져나와 냉장고 나라의 써늘한 바람에 흔들리기까지 했다.
계란은 그 모습이 자못 우스웠지만, 웃을 수는 없었다.
"자네의 고민을 조금은 이해하겠네. 세상의 모든 형태는 시간이 지나면 소멸되게 마련이야. 우리들을 보게나. 우리들은 깨지면 끝이라네. 언제나 조마조마하게 매일을 살아가고 있다네. 거기에 비하면 자네는 훨씬 나은 조건이지 않나. 코털쯤이야 자라면 잘라내면 될 것 아닌가."
계란은 당근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진심을 담아 말을 했다.
저 멀리서 무가 어깨에 곡괭이를 메고 계란과 당근 앞으로 왔다.
무는 일을 하다 왔는지 흙냄새가 그들의 곁으로 오니 화악 풍겼다.
계란과 당근은 무가 풍기는 흙냄새가 무척이나 좋았다.
무도 그걸 알고 있기에 일을 하면 으레 그들의 곁으로 씻지 않고 다가왔다.
무는 그들에게 말했다.
"우리 맥주나 한잔하러 가지 내가 쌈세. 맥주를 마시며 당근 자네의 고민을 해결해 주지"
당근은 무의 말을 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양손으로 계란을 안아 들고 그들 세 명은 냉장고 나라의 프래쉬 맥주 바에 모여들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