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나라에서 2

소설

by 교관


2.


이미 바에는 시들대로 시든 시금치가 술에 절어있었고 앞 접시에 담긴 무엇인가를 집어서 습관적으로 입에 집어넣다가 그들을 향해 얼굴을 돌렸다.

"여어 친구들 왔는가. 오늘따라 술맛이 정말 좋군. 꺼억. 낑꿍뎅착흡"

술에 절어있던 시금치는 인사 몇 마디 하더니 1223광년 떨어진 7 은하계의 엠코 행성의 언어를 내뱉었다.

무와 계란을 안고 있는 당근은 시금치를 보고 인사를 했다.

당근의 코털은 하늘로 올라가는 연처럼 삐죽하게 길어져 나와 계란의 얼굴을 찔렀다.

그들은 술에 절어있는 시금치 옆에 줄줄이 앉았다.

"이봐 시금치 친구. 자네가 먹고 있는 건 무슨 안주인가?"

계란은 시금치를 보고 물었다.

"대뇌피질로 만든 국수라네. 꺼억. 한번 먹어보게, 입안에서 살살 녹는 게 마치 물컹거리는 불알을 씹는 느낌이라네. 껄껄껄"

계란은 시금치에 말에 따라서 웃다가 의자에서 중심의 축을 잃고서는 뒤로 넘어지더니 바닥에 떨어져 아작 깨져 죽어 버렸다.

"오우 십 점 만점에 십 점. 껄껄껄 꺼억" 라며 시금치는 맥주를 입에 붓고 대뇌피질 국수를 손으로 집어서 입으로 쑤셔 넣었다.

당근은 깨진 계란을 보고는 신의 가호를 긋고는 맥주를 마셨다.

그러는 동안 당근의 콧수염은 좀 더 길었다.


"걱정할 것 없네. 계란은 ‘래빗 홀’에서 건강한 모습으로 잘 살아가고 있을 테니까"라고 무는 그런 당근을 보며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당근은 금세 맥주잔을 비우고 코털에 묻은 맥주를 빨아먹었다.

"자네 고민이 뭔가?" 라며 무는 따뜻한 맥주를 한 모금 마셨다.

따뜻한 맥주를 노동 후에 한 모금 마시자마자 무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가 식어갔다.

무는 맥주의 맛이 좋았다.

이런 맛에 냉장고 나라는 평균을 유지하며 살아간다고 생각했다.

"실은 말이네. 계란에게는 이야기했네만 시간이 앞으로 갈수록 의지와는 상관없이 코털이 빠르게 자라난다네. 난 코털이 빼죽 튀어나오는 게 무척이나 싫네. 사람들에게 말하기가 정말 창피하다네. 코털이란 나를 모질게 한단 말일세. 나를 시험에 들게 하는 거 같다네. 잘라도 뽑아내도 코털은 아랑곳하지 않고 어찌도 꿋꿋하게 삐져나오는지 모르겠단 말일세."

옆의 시금치는 이른 시간이지만 술에 절어버려 바에 머리를 박고 그야말로 물에 데쳐진 것처럼 뻗어 버렸다.

바텐더인 검은 숯이 주크박스로 가서 동전을 넣었다.

그제야 맥주 바에 음악이 흘렀다.

'유착콕퐉~섹첵응당도~~~'

"아니 이 노래는" 무가 고개를 들며 바텐을 쳐다봤다.

검은 숯 바텐은 무에게 말했다.

"시금치 손님께서 자신이 정신을 잃어버리면 틀어달라며 동전을 주셨어요."

냉장고 나라에서 가장 상냥한 소리로 검은 숯 바텐은 말하였다.

무와 당근은 그렇군. 하며 서로 고개를 끄덕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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