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나라에서 3

소설

by 교관


3.


"엠코 행성의 노래라니. 도대체 얼마 만에 들어보는 노래란 말인가."

당근은 또 맥주 한잔을 비우면서 중얼거렸다.

"코털이 나오는 게 그렇게나 싫나? 코털은 누구에게나 다 나오는 거 아닌가."

"그렇게 말한다면 할 말은 없네만, 1984년부터 코털은 줄기차게 자라나고 깎이기를 거듭해 온 듯하네." 당근은 지긋지긋하다는 듯 말했다.

무는 검은 숯 바텐에게 안주로는 무엇을 먹으면 좋겠냐고 물어보았다.

검은 숯 바텐은 아무래도 신선한 뇌수가 잔뜩 들어있는 뇌의 6구간 뇌 튀김이 괜찮다고 했다.

겉은 바싹하고 씹으면 달달 뇌수가 톡 터져 나온다고 하였다.

무는 그것으로 달라고 한 다음 당근에게 바짝 다가갔다.

"자네 정말 코털이 자라는 게 그렇게나 싫나?"

"그렇다네. 이대로 코털이 자꾸 자라난다면 난 잡채 속으로 들어가는 길을 택하겠네."

무는 맙소사! 라며 맥주를 한 모금 마셨다.

주크박스는 노래 하나를 뱉어내고는 다음 노래를 틀었다.

오랜만에 음악이 흘러나와서 인지 프래쉬 맥주 바에는 여러 사람들이, 아니 여러 과일과 채소들이 자리를 메웠다.

철 지난 도라지 친구들이 들어왔고, 귤과 사과들도 한데 모여서 자신들의 껍질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영양가는 바야흐로 사과의 껍질이지라며 사과가 반격을 했고, 술이 취한 귤이 보호막은 단연 우리 껍질이 최고지 자동차 바닥에 껍질을 뿌려놓으면 자연 탈취제도 된다며 반격에 대응했다.

아이스 태양의 남쪽과 휴간선의 서쪽에 온 멜론과 파슬리들도 자기네 언어를 사용하며 맥주를 마셔댔다.

어쨌든 활기찼다.

"내가 코털이 자라지 않는 방법을 알려주지."


무의 말에 당근은 이미 붉어질 대로 붉어진 얼굴을 무의 곁으로 바싹 다가왔다.

안주가 나왔다.

6구간 뇌 튀김이 냄새가 미각을 자극했다.

역시 튀김은 6구간 튀김.

"이건 정말 말하면 안 되는 비밀인데 말일세."

무는 당근의 곁으로 바짝 다가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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