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4.
저는 그날 당번이라 아이들이 전부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간 다음에도 몇몇과 남아서 교실을 정리하고 학교의 구석구석을 다니며 청소를 했습니다. 저녁이 다 되어서 우리는 학교를 나왔습니다. 떡볶이를 먹고 가자는 걸 저는 피곤해서 먼저 집으로 왔습니다. 그 녀석의 집과는 비교적 가까운 거리라 나는 그 녀석의 집 근처에 가보기로 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 녀석의 집에 들어갈 마음은 없었습니다. 그 녀석의 집은 우리 집에서 10분 정도 떨어진 동네에 있었습니다. 집으로 올라가는 길에서 옆으로 가면 그 녀석의 동네가 나옵니다. 전 그날 그 녀석의 집 근처에 가다가 아주 이상한 것을 봤습니다.
그건 정말 이상했습니다. 그 녀석의 집으로 가는데 전봇대 옆의 벽면에 많이 보던 것이 붙어 있었습니다.
네, 바로 그 녀석이 학교에 들어왔던 공포영화 포스터였습니다.
그런데 너무 이상한 건 포스터 안의 그 괴물로 변한 여자의 얼굴이 없었습니다.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요. 마치 칼로 잘 도려내듯 그 괴물로 변한 여자의 얼굴만 포스터에서 빠져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벽보에 붙은 영화 포스터를 봤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포스터 속의 그 괴물로 변한 여자의 얼굴이 그 녀석의 영혼을 먹어버린 것 같았습니다. 저는 한참 포스터 앞에 서 있었습니다. 어딘가로 움직일 생각도 하지 못한 채 주인공이 빠진 영화 포스터를 바라보았습니다. 나는 어디에도 가지 못하고 갈 곳 잃은 사람처럼 그저 그 이상한 포스터를 바라보며 있었습니다.
그때 누군가 옆으로 지나가는데 그 애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 애는 그 녀석의 집 쪽에서 오는 것 같았습니다. 그 애의 얼굴에 아주 잔잔한 미소가 있었습니다. 그 애는 무표정의 얼굴이었는데 미소를 짓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주 엷은 미소였습니다.
어쩐지 그 애의 얼굴과 어울리지 않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왜 그런 생각이 들었을까요. 그 애는 나를 그냥 지나쳤습니다. 나는 그 애에게 인사를 한 적이 없기 때문에 그 애가 나를 모르고 지나치는 것이 당연하지만 그것 역시 이상하게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를 스쳐 지나가는 그 애의 가방에 돌돌 말린 영화 포스터가 있었습니다. 전 그 포스터가 무엇인지 알 것 같았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