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5.
당근은 무의 얼굴과 이야기를 듣고 침을 한 번 삼켰다.
"10초가 넘어가면 허벅다리가 익어가지. 불에 익는 거와 열에 익는 거에 차이는 무엇일 것 같나. 열에 말라서 익어 버린다는 건 설명할 수 없는 고통이 엄습해 온다네. 드라이기의 최고 높은 열을 오랫동안 가하면 피부가 익어버리다 못해 말라버리고 붙어있는 털이 전부 빠져버린다네. 그 타들어가는 냄새는 불꽃 위에서 타들어가는 냄새와는 또 다르지. 열에 익어 타들어가는 냄새는 묘한 odor이라네. 그렇게 껍질을 벗겨낸 도라지는 드라이기로 바짝 말려야 하지. 그리곤 자네는 씹어 먹으면 된다네. 약한 마음은 집어치워."
당근은 자신의 마음이 들켜 버린 것 같아서 놀라서 맥주 컵을 바 테이블에 놓쳤다.
때마침 노래가 끝나는 시점이라 맥주잔에 테이블에 떨어지는 소리는 컸다.
도라지들이 앉아있는 테이블에서도 시선이 당근으로 향하는 것을 느꼈다.
당근은 당황하여 얼굴이 더 욱 붉어졌다.
"고통이 수반된 도라지야 말로 자네의 코털을 잠재울 수 있다네. 내가 드라이기는 준비하지. 어떤가. 저기 이미 껍질이 벗겨진 노란 빛깔의 도라지들이 앉아있네. 자네가 가서 데리고 오게. 맥주를 한잔 사주면서 말이네. 그럼 저기 뒷문으로 나가서 다용도실에서 도라지를 말리는 거네. 내가 도라지는 잡아두지"라고 무가 조용하고 음험하게 말했다.
당근은 더욱 몸이 붉게 달아올랐다.
"오직 그것만이 길인가?"
무는 6구간 뇌 튀김을 집어서 우걱우걱 씹어 먹었다.
곧이어 맥주를 한 모금 마셨다.
"이봐 잘 생각해 봐. 자네 여자 친구와 섹스를 하려고 하는데 코털이 갑자기 쑥쑥 자라나서 자네의 페니스가 쪼그라들어 버린다면 누굴 원망할 텐가, 자네 여자 친구가 어머, 당신 코에서, 하며 놀라서 그대로 침대 밖으로 뛰쳐나가는 모양새를 상상해 보라구. 끔찍하지 않나? 냉장고 나라에서는 원하는 건 모든 것이 가능하다네. 20년이 넘었다네. 이젠 이곳에 도라지들이 넘쳐 난다구. 이 맥주 바 안에서도 도라지들이 단연 최고로 많단 말일세."
당근은 무의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했다.
실은 코털이 길게 자라나고 나서 며칠 여자 친구를 만나지 못했다.
용기가 나지 않았다.
코털을 깎아놓으면 금세 자라나서 고민이 심각했다.
당근은 자신의 여자 친구는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코털이 자라서 놀라는 여자 친구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무척이나 괴로웠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