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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Jun 28. 2023

34. 미술부 종규

소설

 


 종규는 미술부다. 종규는 조각도 잘 만들었고 데생은 물론이고 물 위에 물감을 부어 마분지로 그저 겉을 적셨다가 들어 올리는 데칼코마니마저 살아서 곧 튀어나올 것 같은 작품이었다. 종규는 전학을 왔다. 잔인한 계절 4월에 우리 반으로 전학을 왔다.


 2학년 때였다. 종규는 다리가 불편했다. 키도 작았고 한쪽 다리를 절어서 거의 뛰지는 못했다. 오래 걸으면 몹시 힘겨워했고 땀을 많이 흘렸다.     


 종규는 전학 온 지 일주일 만에 악대부 아이들에게 끌려갔다. 아침 등굣길에 같은 버스를 탄 악대부 중 3학년 선배가 절뚝거리는 종규 때문에 자리를 쟁탈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것 때문에 종규는 악대실로 끌려갔다.     

 “꿇어라.” 낮은 음의 굵은 목소리가 들렸다.


 “다리가 아파서 무릎을 꿇지 못하는데”라고 종규가 말을 하자마자 주먹이 날아와 종규의 가슴팍에 꽂혔다. 고개를 숙이는데 또다시 주먹이 날아들어 종규의 얼굴을 가격했다. 종규는 눈이 나빠 굵은 알의 검은테 안경을 끼고 있었는데 안경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꿇으라고. 인간은 하면 되는 동물이야. 너 때문에”까지 말을 했을 때 악대실의 문이 쾅 열리며 진만이가 들어와서 악대부 아이들을 있는 대로 발로 밟았다. 이성을 잃은 헐크 같았다. 진만이의 눈에 3학년이고 2학년이고 뭐고 할 것도 없었다.


 입에서는 “이런 쓰레기 같은 놈들이”라는 말만 되풀이했고 악대부 중에 악대실을 빠져나가려고 하면 진만이는 달려가서 그 녀석의 옷을 잡아당겨 눈으로 보이지 않는 원에 모아놓고 전부 밟았다.     


 그렇게 종규는 우리들 틈에 끼게 되었다. 종규가 끼게 됨으로써 우리는 공부와는 거리가 먼, 어른들이 썩 좋아하지 않는 집단의 모습을 이루었다. 하지만 우리는 종규가 끼게 됨으로 아주 좋았다. 종규는 미술에 관한 것이면 마술처럼 했다.


 컴퍼스로 그리는 것도, 물감을 칠하는 것도, 심지어 마블링도 예술이었다. 미술시간에는 미술부 선생님보다 더 잘했기에 미술부 선생님은 종규를 조교처럼 아이들의 보조를 하게 했다.   

   

 종규는 야마시타 기요시의 그림을 좋아했다. 기요시의 불꽃 그림 속에는 기요시의 삶이 녹아 있었다. 종규는 소아마비를 앓았고 후유증으로 다리 한쪽이 불편하게 되었다. 빨래를 짜듯 한쪽 다리가 그랬다. 종규는 늘 밝았다. 늘 밝은 사람은 세상에 없다. 어두운 면을 내색하지 않을 뿐이다.     


 유월의 밤하늘을 수 놓았던 불꽃놀이를 보고 우리는 올 댓 재즈로 몰려갔다. 술을 전혀 마시지 않던 종규가 올 댓 재즈에서 맥주를 달라는 것이다. 우리는 서로 멀뚱멀뚱 쳐다보았다. 어? 어? 술을 마시면?


 하지만 종규는 한 잔 정도는 괜찮다며 생맥주를 한 잔 마셨다. 올리브가 틀어 놓은 쇼팽이 올 댓 재즈에 울려 퍼졌다. 종규는 기분이 좋아 보였다.  

   

 “그림 속으로 들어가려고만 했어. 그리고 빠져나오지 않겠다고 생각했지. 그림 속에서는 나는 달릴 수 있고 불꽃을 타고 하늘로 오를 수 있었거든. 근데, 너희들, 멍청하고 바보 같은 너희들을 만나고 나는 그림 속에서 나오기로 했어. 정말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아. 이런 기분은 정말 오랜만이야.”     


 종규는 작은 눈으로 환하게 웃었다. 눈이 사라졌다. 옆에 앉아있는 개구리와 더 비교가 되었다. 나는 그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쇼팽의 녹턴 https://youtu.be/c0mTON9tjd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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