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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Jul 06. 2023

35. 일요일 오후 4시 같은 사람

소설

 


 수학은 일요일 오후 4시 같은 사람이다. 암울한 기운을 가득 지닌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에게 수학을 배운다는 것은 날 것의 닭고기를 씹는 것과 비슷한 것이다. 수학은 월요일 첫 교시부터다. 수학 때문인지 아이들의 수학 성적은 몇몇을 제외하고 바닥을 유지했다.     


 수학의 별명은 가가멜이다. 딱 그렇게 생겼다. 얼굴에 안경을 씌워 놓은 모습까지 흡사했다. 가가멜은 실은 똑똑하다. 스머프를 잡기 위해 스머패트를 만들었다. 스머프들을 유혹하여 몽땅 잡으려고 했지만 파파 스머프 덕분에 스머패트가 돌아서면서 실패로 돌아갔다. 수학에게는 가가멜에게서 보였던 그런 똑똑함도 없었다.      

 수학은 허리 보호대를 늘 차고 다녔는데 그 이유를 아이들에게 두고 있었다. 성적이 60점 밑으로 나와서 몽둥이를 휘둘렀고, 수업시간에 떠들어도 불러내서 몽둥이를 휘둘렀다. 몸에 힘을 실어 아이들을 때리다 보니 허리가 나갔고, 나간 허리가 제자리로 좀체 돌아오지 못했다. 수학은 아이들을 정말 싫어하는 사람 같았다.      

 수학은 아이들을 때리며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묘한 사람 같았다. 어쩌면 집에서 부인을 때리지 않을까. 아니다 이런 사람이 가족은 끔찍이 사랑할 것이다. 그렇다고 한다면 수학에게 희망이 보이는 것이다. 알 수 없는 사람이었다. 학생들을 마음껏 때리다 허리가 나가버리고 난 후 수학은 아이들을 때리는 것 대신에 다른 짓으로 벌을 대체했다.     


 그건 꽤 사람의 심리를 다운시키는 행위로 수치를 가득 짊어지게 만들었다. 수학은 때리는 것 대신에 고환을 잡아 튕겼다. 그러니까 남자의 고환은 두 개인데 그것을 손으로 잡고 구슬을 튕기듯 튕기면 아랫배가 당기면서 순간 숨도 멎는 그런 이상하고 희귀한 경험을 하게 된다. 아픈 아랫배가 빨리 돌아오지 않아서 그것을 당하게 되면 허리를 구부리고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게 된다. 시간을 들여 숨을 쉬며 원래 상태로 돌아오기까지 기다려야 했는데 수학은 그런 모습을 봐야만 적성이 풀리는 것 같았다.     


 수학은 아이들을 때리는 대신에 고환을 잡아당기는 법을 택했다. 당하는 입장에서는 그건 몹시 기분이 상하는 일이었다. 담배를 피우다가 다 같이 걸려도 수학은 수학 성적이 잘 나오는 학생은 보내주고 나머지는 고환을 잡아서 튕겼다.     


 시험이 끝난 어느 날 30점 밑의 아이들이 앞으로 끌려 나갔다. 사실 30점 미만의 아이들은 뭘 어떻게 해도 수학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 대략 10명 정도의 아이들이 교실 앞으로 불려 나왔다. 수학은 아이들에게 “빠따 15대 맞을래? 불알 한 번 당기는 것으로 끌 낼래?”라고 말했다. 수학은 아이들이 후자를 택할 줄 알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것도 웃으면서 말하는 걸 보니.     


 그런데 태형이가 칠판에 양팔을 디디고 엎드렸다. 태형이를 기점으로 앞으로 나간 아이들 모두 엉덩이 15대 맞기를 원했다.      


 수학은 그것에 더 화가 난 모양이었다. 양복 윗도리를 벗어던지더니 엎드린 아이들을 발로 찼다. 아이들이 모래성처럼 힘없이 넘어졌다. 아이들은 넘어졌다가 그대로 다시 똑바로 일어나서 엉덩이를 댔다. 수학은 정말 미쳐서 날뛰었다. 발로 차고 칠판지우개를 던지고 소리를 질렀다.    

 

 우리는 15대 맞는 것이 더 낫다. 고환을 잡아당기는 느낌은 당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제대로 전달할 수 없다. 그것은 아보카도를 먹어보지 못한 사람에게 아보카도의 맛을 설명하는 것만큼 어렵다. 무엇보다 수치스러웠다.     


 운이 없어서 수학 바로 앞에서 엎드린 태형이와 아이들은 마구 휘두르는 수학의 발에 걷어차이고 가차 없이 맞았다. 누군가 교실 앞문을 쾅 열고 들어와서 수학을 자제시키는 사람이 있었다. 터미네이터(학주)였다.     


 “좆같은 수학 새끼”라며 잘못 맞아 허벅지 안쪽의 살갗이 터진 태형이가 운동장 로열박스에 앉아서 조용히 읊조리듯 말했다. 그날 저녁 수학의 자동차 타이어 네 개는 전부 펑크가 났다.


 수학이 음악을 듣는 것을 보지 못했다.


 “영화는 물론이고 드라마도 보지 않을 거야. 수학에게 좋은 노래, 토토의 ‘아프리카’ 같은 노래를 들려주고 싶다.” 상후가 말했다.    

 

 좋은 노래를 듣는다면 수학도 좀 달라질까.




Toto - Africa https://youtu.be/FTQbiNvZqaY

T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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