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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Jul 17. 2023

번개를 다섯 번 맞았다 6

소설


6.

 

 전 그 흔한 휴대폰이 없습니다. 티브이도 없앤 지 오래되었어요. 틀면 수많은 티브이 프로그램 중에 나를 언급하는 채널은 반드시 하나씩 꼭 있었거든요. 프로그램은 나를 비난하거나, 업신여기거나, 긍휼히 보는 시각만이 가득해서 티브이를 아예 없앴습니다.


 음악도 듣지 않았습니다. 음악이라는 것은 흘러간 과거의 노래뿐이지 않습니까. 노래를 들으면 그때 당시의 일들을 노래가 자꾸 떠올리게 만듭니다. 태어나기 이전의 노래를 듣고 싶었지만 전 카드가 없습니다. 노래를 구입해서 들으려면 결제를 해야 하는데 수단이 없었죠.    


 인터넷으로 주문을 하고 현금결제를 하려고 해도 은행까지 나가야 하니, 등등의 문제가 있었습니다. 저 하나만 포기하면 그만이었죠. 문득 시계를 보니 시간이 멎어 있었습니다. 시계는 그나마 고등학교를 졸업하게 되었을 때 이성으로 교제를 할 뻔했던 여자아이가 저에게 사준 벽걸이 시계였습니다.


그녀가 왜 저에게 벽시계를 사줬는지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그 시계는 건전지로 움직이는 방식이죠. 배터리가 다 된 겁니다. 그동안은 제가 건전지를 교체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날은 집에 아무도 없었고 내가 움직이는 곳만 먼지의 미립자가 딸려 올뿐, 마치 시간과 공간이 그대로 멈춰있는 듯 고요한 공백 속에 있었습니다. 눈에 보이는 벽시계마저 멎어있으니 그야말로 시공간을 넘어서 있는 것 같더군요.


 시계를 벽에서 떼어내어서 건전지를 빼고 새 건전지를 뜨는 순간, 손가락 끝으로 전해지는 건전지의 충격이 빠직하면서 나의 생은 거기서 끝이 났습니다.    


 건전지에 의한 감전사라고 대대적으로 또 보도가 되었습니다. 전 죽어서도 사람들의 뉴스거리가 되고 말았습니다. 세상엔 참 여러 가지 죽음이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이곳에 오게 된 것입니다. 조금이라도 빨리 오게 되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전 생각을 합니다. 더 이상 사람들에게 시달릴 일은 없을 테니까요.    


 이제 서류상 절차는 마친 겁니까?


 아, 저기 저 문으로 들어가면 됩니까?


 아, 네 감사합니다.    


 #

 그는 문으로 들어갔고 문안으로 보이는 여러 사람들 중에 검은색 터틀넥에 리바이스 청바지를 입고 993 운동화를 신은 사람의 옆으로 걸어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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