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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Jul 16. 2023

번개를 다섯 번 맞았다 5

소설


5.


 아파트 주위는 엄청난 바람에 다닐 수도 없는 하루였습니다. 아파트 단지 내의 나무들이 마치 뽑힐 것처럼 바람이 불어냈고 우산을 섰지만 우산은 그 기능을 할 수 있는 날이 아니었습니다. 전 베란다에서 창밖을 무심히 보다가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래야만 했습니다. 저 먼 하늘에서 번개와 천둥이 교향시를 만들어 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A동을 지나서 바람을 심하게 맞으며 걸어갈 때쯤 콰쾅 번쩍 하는 소리와 강렬한 빛이 저에게 떨어졌습니다. 21세기가 도래하고, 아니 그 이전에도 없었지만 한반도에서는 가장 강력한 번개의 위력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전 정신을 잃었고 제가 서 있던 아파트 근처의 땅이 움푹 들어갔고 음식물 쓰레기통과 분리수거 통이 날아가서 근처의 아파트 1층이나 2층 창문이 와장창 깨져버렸거든요.


 유리파편에 사람들이 다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사람들과 아파트 주민은 저를 비난하기 시작했습니다. 방송 출연으로 돈이 불어난 부모님은 좀 좋은 아파트로 이사를 했지만 그리 오래 살지 못하고 쫓겨나는 형국이 되어 버렸죠.    


 후에 알아버린 소식이지만 그 번개는 아파트 단지로 떨어지는 번개인데 내 몸으로 떨어진 겁니다. 그 번개가 아파트로 떨어졌다면 피뢰침이 그 번개를 감당해 내지 못하고 아파트 위층에서부터 여러 층이 날아갔을지도 모른다는 전문가들의 소견이 뉴스를 통해 보도되었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사람들을 원망하거나 살던 곳에서 쫓겨난 걸 탓하진 않습니다. 그러기에는 전 너무 지쳐있었습니다. 개인적이라고 할 만한 생활도 없이, 일자리도 없이, 이성도 없이 그렇게 시간과 함께 가능성을 잃어갔던 거죠.

   

 그리고 35살에, 뭐랄까 정점을 찍었습니다.    


 아? 예. 네, 맞습니다.    


 번개는 5번으로 끝이 났습니다. 그날은 집이었습니다. 집안은 고요했어요. 전 집안에 있는 것이 좋았죠. 아무에게도 간섭받을 일이 없었거든요. 집안에 가만히 있다가 한 번 일어나서 움직이면 창문으로 들어온 빛 사이로 먼지가 춤을 추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마치 나 역시 일종의 먼지가 되어 빛에 녹아드는 것 같습니다. 인간이 아닌 어떤 공간에 압도당하는 기분이 좋았어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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