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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Jul 15. 2023

번개를 다섯 번 맞았다 4

소설


4.


 또다시 방송가에서는 저에게 추파를 던지기 시작했어요. 거부할 수 없는 조건으로 유혹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방송국 사람들은 어렵게 시험을 통과한 만큼 똑똑함이 머릿속에 가득 배인 사람들이었죠. 그런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모여 있는 곳에서 나 하나를 방송국의 프로그램으로 끌어당기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내 가족과 내 주위를 자본으로 설득해서 그 범위를 좁혀 오다 보면 꿈쩍하지도 않을 나도 어느새 발을 담그게 됩니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과 마찬가지죠. 그들은 세치 혀로 꼬드긴 문어발식의 협찬사로부터 얻어낸 자본을 내 주위에 뿌리면서 저에게 다가오는 것이죠. 물론 모든 방송국의 모든 프로그램이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방송국이란 곳도 부가가치를 창출해 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기본적으로 말이죠.    


 또 어떤 날은 군부대에 몰래 끌려가다시피 해서 도착한 병원처럼 보이는 외진 건물의 중심부에서는 제 몸에 영화에서처럼 부착물을 붙이고 무슨 주파수 같은 것을 쏘아대었습니다. 그들은 내 몸에 흐르는 강력한 자기장이 발견되면 영화 ‘왓치맨’의 ‘닥터 맨해튼’의 능력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계획 하에 그러한 실험을 했다고 했습니다.    


 저를 몇 년이나 따라다닌 모 신문사의 기자에 의해 그 소식이 세상에 까발려지면서 전 더욱 밖의 출입이 어려워졌습니다. 영화 속의 ‘닥터 맨해튼’은 암을 몰고 다니는 것으로 나오는데 제가 그렇다는 건 너무 터무니없는 거 아닙니까. 왓치맨은 영화 속 이야기 아닙니까. 사람들은 기자가 까발린 그 소식을 듣고 군부대에서 무슨 실험을 당했나부터 시작해서 나에게 다가오면 암에 걸려 버리는 것처럼 생각을 하고 믿어 버리는 것입니다.   

 

 나를 인터뷰한 어떠한 아나운서는 장갑에 마스크까지 쓰고 왔습니다. 암이 전염성입니까?    


 5번째 번개를 맞지 않아도 사람들의 간섭은 더욱 심해졌습니다. 어떤 프로그램에서는 저의 불편한 생활과 겪는 고충을 이야기해 보자는 프로듀서를 만났습니다. 그 사람은 인상이 참 좋았죠. 하지만 전 이미 너무 지쳐있었습니다.    


 정신과 상담을 받으러 갔지만 모든 병원에서 저와 한 시간 이상 상담을 하면 암세포가 전이되는 줄 알고 있었습니다. 전 사람들과 좀 다를 뿐이지 틀린 인간이 아니었거든요. 제 마음은 물에 불은 신문지처럼 되어 버렸습니다. 마른다고 해서 원형의 모습을 찾아갈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5번째 번개가 떨어졌습니다. 4번째의 번개를 맞고 4년이 흐른 후였습니다. 태풍이 몰아치는 9월 초, 거대한  폭풍이 한반도를 덮쳤습니다. 규모가 상급인 아주 무섭고 거대한 태풍 13호가 들이닥친 날이었습니다. 아무래도 기분이 불안하고 조급 했습니다. 반면에, 전 번개를 네 번이나 맞으면서 그 알 수 없는 짜릿함을 한 번 더 경험하고 싶었습니다. 본능적으로 강하게 끌어당기는 기분이었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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