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교관 Jul 31. 2023

이 송 주 8

소설


8.


그 집에는 마당이 있었다. 마당은 어렸던 아이들이 뛰어놀기에 넓고 컸다. 마당의 한구석에는 도사견을 키우는 우리가 있었다. 단단한 나무로 만들어 놓은 우리에는 도사견 4마리가 숨을 할딱거리며 침을 끊임없이 흘리고 있었다. 도사견이 있는 우리 곁으로 가면 형용할 수 없는 냄새와 회백색의 눈빛으로 초점을 잃고 어딘가를 향해 있는 도사견들은 무서웠다.


밤이 되면 도사견 우리의 지붕에 천을 덮었다. 마당에는 자유를 잃은 4마리의 도사견들의 숨소리가 깔려 있어서 밤에는 마당으로 지나다니지도 못할 정도였다. 도사견들이 먹는 밥은 사료가 아니었다. 그 사료는 개들이 먹어서는 안 되는 음식 같았다. 배를 채우고 나면 도사견들의 눈빛은 보통 집에서 키우는 개의 눈빛이 아니었다. 눈을 벌겋고 입에서 흐르는 침으로 바닥은 늘 축축했고 개 비린내가 온 세상을 덮칠 것 같았다.


어느 날 동네의 남자들이 마당에 모였다. 동네의 아이들도 마당 밖에서 마당 안을 구경했다. 모진 바람의 기운이 감돌았다. 고개를 내밀어 겨우 바라보고 있던 아이들은 그날 끔찍한 광경을 보았다. 도사견 중 한 마리를 동네의 남자들은 끌어냈다. 끌어내자마자 몽둥이로 머리와 몸을 내리쳤다. 도사견은 아프다고 짖었지만 남자들은 도사견보다 더 충혈된 눈으로 몽둥이질을 멈추지 않았다. 도사견의 힘이 기진맥진 해졌을 때 담벼락 쪽으로 끌고 갔다.


벽의 반대편에는 동네의 남자 몇 이서 줄을 잡고 있었고 줄의 끝은 이쪽 마당으로 넘어와 있었다. 마당에서 도사견을 잡고 있던 남자들은 도사견의 목에 줄을 묶었다. 그리고 신호를 보내자 담벼락 건너편에 있던 남자들이 줄을 잡아당겼다. 도사견이 벽면으로 끌려 올라가면서 숨이 차오르는 모습이 그대로 눈에 들어왔다.


도사견은 보이는 하늘의 색이 일그러졌을 것이다. 그때 도사견은 대단한 양의 똥을 몇 무더기 쌌다. 그건 힘을 줘서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항문이 열려 흘러내리는 것이다. 항문이 열린다는 건 사후에나 가능한 일이었다.


어떤 아이들은 소리를 질렀고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소리를 쳤다. 도사견은 혀가 20센티미터는 더 빠져나와 벽 위로 얼굴이 끌려 올라갔다. 마당에 있던 남자들 중 한 사내가, 이렇게 해야 육질이 부드럽지.라고 말했다. 그리고 벽에 매달려있는 도사견의 몸을 마구 때렸다. 도사견은 아프다고, 아프다며 낑낑거렸지만 동네의 남자들은 한 마리의 도사견을 사정없이 매질을 했다.


피가 터지고 똥이 하염없이 나왔다. 심장이 놀라 팽창하고 폐가 제구실을 잃어버렸다. 벽 위로 끌려 올라가는 도사견을 보는 다른 도사견들도 두려움에 몸을 벌벌 떨었다. 냄새는 걷잡을 수 없이 마당을 휩쓸었고 처절한 생명이 끝나가는 절규의 소리는 어렸던 그의 귀를 우악스럽게 파고들었다.


그 순간 도사견의 붉은 눈과 마주쳤다. 살려주세요, 제발, 저는 왜 죽어야 하나요. 그때 탁!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도사견의 머리가 깨지고 말았다. 발버둥이 끝났다. 줄에 매달린 도사견 밑에는 똥과 피와 지정할 수 없는 분비물이 한데 어우러져 마치 속에 것들을 그대로 밖으로 빼놓은 것 같았다.


[계속]



매거진의 이전글 이 송 주 7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