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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Jul 30. 2023

이 송 주 7

소설


7.


방송국 야외의 높은 계단에 나란히 앉아 동네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송주와 마주 앉아 얼굴을 보는 것도 좋았지만 이렇게 나란히 앉아서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것도 행복했다. 고개를 돌리면 송주의 예쁜 옆얼굴도 볼 수 있었다. 송주는 몸을 움직여 내 옆으로 바짝 붙어 앉았다.


동네가 으스름해짐과 동시에 홍등가의 불빛처럼 빛이 번질 때 내 입술에 송주는 자신의 입술을 맞추었다. 촉촉하고 작고 예쁜 입술이 내 입술에 붙었을 때 나는 작은 세계를 보았다. 그 작은 세계는 모순이 가득하고 폭력이 난무하고 온통 비애뿐이고, 기후의 이상 현상이 흘러넘치는 현실을 비집고 들어왔다.


그와 동시에 동네의 모습은 붉게 물 들었고 때마침 불꽃놀이가 시작되었다. 매년 이맘때면 도시에서는 공업축제를 열었다. 그 시작을 알리는 것이 불꽃놀이다. 비가 오면 불꽃놀이는 못하지만 다행히도 비가 내리지 않았다. 나는 송주에게 이 자리에서 불꽃이 타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불꽃이 하늘로 신음을 그리며 올라 만개한 꽃으로 무화될 때 나는 또 눈물이 한 줄기 흘렀다.


너 우는 거야?


송주가 놀란 눈으로 물었다.


예쁜 걸 보면 그래.


내 말에 송주는 잠시 생각하는 듯 내 입술에 입맞춤을 다시 했다. 우리는 앉아서 동네가 물들어가는 모습을, 불꽃이 하늘에서 터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우리는 나란히 앉아서 동네가 어둡게 짙어가는 아름다운 모습에 빠져 있느라 돌아갈 시간이 훌쩍 지난 것도 잊고 있었다.


시간이 늦은 것도 모르고 우리는 이야기를 나눴다. 밤하늘에 송주의 웃음소리가 퍼졌다. 그때 비가 다시 떨어지기 시작했다. 우리는 부랴부랴 내려와야 했다. 송주는 지름길을 택했고 그 길은 둘러가는 길보다 훨씬 빠른 길이었지만 무섭고 악의적인 무엇인가가 존재하고 있다고 여겨 아이들은 꺼리는 길이었다.


비는 점점 거세졌다. 할 수 없이 지름길을 택했다. 길은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작은 길이었고 방송국이 있는 산에서 동네로 바로 내려오지만 벌과 벌레가 많았고 골목의 한쪽은 오래된 가옥이 촘촘하게 붙어 있는데 등나무 때문에 송충이도 많았다. 하지만 그런 걸 생각하기에는 늦은 데다가 비가 너무 내렸다. 비가 생각할 모든 것들을 쓸어내렸다.


송주가 내 손을 잡고 뛰었다. 작고 보드라운 손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 언제까지 송주의 손을 잡을 수 있을까. 골목의 중간쯤 내려왔을 때 한 집에서 열어 놓은 대문으로 비를 맞은 도사견 한 마리가 끈이 풀려 뛰쳐나왔다. 붉은색의 눈동자를 한 도사견은 침과 가래를 흘리고 있었다. 무서운 얼굴을 한 채 입을 말아 올리고 우리 앞에 섰다. 우리는 그대로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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