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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Aug 01. 2023

이 송 주 9

소설


9.


그 무리의 도사견 중에 한 마리가 줄을 끊고 송주와 나의 앞으로 튀어나왔다. 으르렁 거리던 도사견은 송주에게 달려들었다. 송주는 소리를 질렀고 나는 도사견의 엄청난 무서움에 압도당해 덤비지도 살려달라고 소리도 지르지 못했다. 송주의 얇은 여름 셔츠는 도사견의 앞발에 찢어졌고 송주는 두려움과 무서움에 울면서 소리를 질렀다.


나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나는 그저 바보처럼 서 있기만 할 뿐이었다. 그때 동네 어른들이 나왔다. 어른들은 도사견을 송주에게서 떼어냈고 개를 끌고 갔다. 송주는 그대로 쓰러졌고 한 아저씨에게 업혀 병원으로 갔다. 그 뒤로 송주를 볼 수 없었다.


송주는 석 달을 병원신세를 져야 했고 퇴원과 동시에 피아노 공부를 위해 한국을 떠나버렸다. 이후 송주에 대한 소식을 전혀 들을 수 없었다. 약국도 문을 닫고 송주의 아버지와 연락을 하고 싶었지만 불가능했다.


한 동안 매일 밤 울면서 보냈다. 어른들 중 누군가 나를 불러 세워 혼내기를 바랐지만 부모님도 선생님도 전혀 그러지 않았다. 송주의 아버지도 나에게 이런저런 말 한마디 없이 떠나고 말았다. 나는 송주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결국 하지 못한 채 헤어지고 말았다. 송주를 만나지 못한 채 일 년이 지났을 때 나는 너무 지쳐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때가 중학교 1학년이었다.


시간은 착실하게 흘러갔다. 그리고 사람은 흘러가는 시간에 올라탄 부유물이다. 어김없이 여름이 또 왔다. 봄은 봄이 와도 봄인지 모르는데 여름은 확실하게 여름이라고 각인시켰다. 장마기간이 되었고 매일 비가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했다. 나는 카페를 정리하고 문을 닫으려는데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머리가 길고 아름다다운 여성이었다. 시간이 아주 많이 흘렀지만 나는 그녀가 누군지 알 수 있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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