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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Aug 03. 2023

화암에서 1

소설


1.


세상은 복잡할까요?


아니 그렇지 않아.


그럼?


단순하지. 그래서 복잡한 거야. 복잡함은 단순함에서 나오는 거거든. 하지만 복잡하면 단순해질 수 없는 거야.


내일이 자꾸 걱정이 돼요.


내일은 걱정하지 않는 게 좋아.


왜죠?


내일이 되어 보면 알 거야. 어제 한 걱정은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걸 말이야.


화암도에 있는 하얗고 작은 등대에 가면 늘 그가 앉아서 바다를 보고 있다. 그는 바다에 낚싯대를 던져 놓고 있지만 고기를 잡는 모습을 본 적은 없다. 나는 매일 같이 줄기차게 걸어서 화암도까지 갔다. 사정이 있어서 가지 못하면 나는 발을 동동 굴렸다. 낚싯대를 드리우고 바다를 하루 종일 바라보는 그와 이야기를 한다. 거의 매일 같이.


바다는 왜 이름이 바다일까요.


하늘이 아니기 때문이지.


바다를 하늘이라고 불렀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그건 너를 부정하게 되는 거야.


나를 부정하는 거?


그래, 하지만 말이야 때로는 강한 부정이 필요할 때가 있어.


그때는 언제인가요?


그때가 되면 알게 돼. 그때는 강하게 자신을 부정해 봐. 바다를 하늘이라도 불러봐. 알겠지.


그렇게 부정을 하면 무엇이 달라지나요.


달리지는 건 없어. 단지 마음이 좀 더 단단해지는 거야(그는 가슴에 손을 댔다).


마음이 단단해져야 한다는 건 눈물이 말라가는 것과 비슷한 건가요?


눈물이 말라간다는 건 마음이 단단해지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야.


그렇다면?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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