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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Aug 04. 2023

화암에서 2

소설


2.


마음이 단단해진다는 건 세상을 좀 더 단순하게 생각할 수 있게 된다는 거지.


저 요즘 마음이 조금 단단해진 것 같아요.


어째서?


글쎄요, 잘은 모르겠지만 누군가 내 곁을 떠나는 것에 대해서 예전처럼 크게 상처를 받지 않아요.


그리고?


사람들의 악한 면을 봐도 그냥 지나치게 돼요.


그건 마음의 단단함보다 외면 같은 거야. 아직은 모를 수 있어. 지금 당장 모든 것을 알려고 하지 않아도 돼.


시간이란 무엇일까요. 시간이 흘러간다는 것이 제 마음을 조금 단단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이런 건 훈련에 의한 것일까요. 아님 자생적으로?


마음이 단단해진다는 건 진행을 하기 때문에 힘 조절이 필요하다. 진행은 자생적이지만 힘 조절은 훈련으로 가능해.


저기 갈매기가 왜 저렇죠?


사랑을 잃어버렸기 때문이야. 사랑을 잃어버린 갈매기는 고통에 목적지가 사라져 버렸거든.


우리는 등대 근처에서 하늘을 뱅뱅 맴돌다가 갑자기 바다에 곤두박질하는 갈매기를 보고 있었다. 갈매기는 마치 곡예를 하는 것 같은 날갯짓을 했는데 그의 말로는 사랑을 잃어버린 갈매기의 몸짓이라고 했다. 갈매기는 사랑하는 갈매기를 자신들의 터전인 바다에 잃어버리고 괴로워하고 있는 것이라 했다.


사랑을 잃어버리고 제대로 몸부림을 치고 자신을 표현하지. 우리가 배워야 할 덕목이야.


갈매기는 다 알고 있을까요?


그렇지. 갈매기는 다 알고 있지. 단지 말을 하지 않을 뿐이야.  


다음날에 그는 낚싯대도 드리우지 않고 앉아서 계속 코털을 뽑고 있었다. 나는 조용히 그의 옆에 가서 앉았다. 짧은 인사를 하고 그는 코털을 뽑는 것에 열을 올렸고 나는 그 모습을 질리지 않고 쳐다보았다. 꽤 재미있는 모습이었다. 그는 코털을 뽑다가 뚝 끊기면 몹시 화를 냈다. 하지만 길게 죽 그대로 뽑히면 아주 만족하는 얼굴을 했는데 끊겼을 때보다 죽 뽑혔을 때가 더 아픈 것 같았다. 끊겼을 때는 그런 소리가 안 났지만 뽑혔을 때는 '윽' 같은 소리를 냈다. 그도 지치지 않고 코털을 뽑았지만 나도 보는 것에 싫증이 나지 않았다. 작은 콧구멍 안으로 손가락을 집개처럼 만들어서 집어넣는 것부터 입술을 희한하게 오므리는 모양이나 코털이 뽑혔을 때와 끊어졌을 때 눈썹이 움직이는 것도 달랐다.

코털 깎는 건 어때요?

그건 만족시켜주지 못해. 시원하지 않다고.

그는 집중을 했다. 먹이를 낚아채는 물수리처럼 손가락으로 코털이 걸렸다 싶으면 순간적으로 강력하게 잡아당겼다. 그러면 코털은 두 가지의 결과로 축약될 뿐이다. 집개로 만든 손가락으로 코털을 잡아당기기 전에 입모양이 심하게 비틀어졌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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