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3.
저도 이다음에 코털을 그렇게 뽑을까요?
아마도.
코털을 뽑는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의미 같은 건 없어. 그저 하게 되는 거야. 배설 같은 거지. 나이가 들어서 해야 하는 배설 말이야.
나이는 언제부터 드는 건가요?
밝은 곳으로 나가기 싫을 때가 있어.
그때부터?
그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바다는 오늘도 잠잠하다. 등대에 앉아서 보는 바다는 너울이 있을 뿐 그저 고요하기만 했다. 하지만 그 속을 알 수가 없다. 검푸른 바다는 미미하게 넘실거렸고 낚싯대를 드리운 조사가 몇 명 있었고 우리는 바다를 보며 늘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마음은 어째서 연약하고 쉽게 깨지는 걸까요? 마음은 왜 생각과는 다른 걸까요. 마음은 쉽게 깨지면서 잘 붙지도 않아요.
마음은 시간과 같은 거라서 그래.
시간요?
그래, 시간 말이야.
시간이 어째서죠?
시간은 정직하거든. 마음은 시간과 같아서 쉽게 깨지는 거야. 정직은 우리도 모르는 새 금방 깨져버려. 그래서 정직을 간직하기가 힘이 드는 거야.
진실과도 같을까요?
정직과 진실은 엄연히 달라.
이해할 수 없어요.
세상엔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이해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많아.
잘 모르겠어요.
넌 정직하게 강아지를 무척이나 사랑하지.
네, 그래요. 전 개를 아주 좋아해요.
진실은 어때? 개를 사랑하지만 잘 먹기도 하잖아. 그래서 정직과 진실은 다른 거야. 모든 것을 알려고 하지 마. 모르는 건 모르는 대로 넘어가는 거야.
슬프군요.
세상에 많은 감정이 있지만 슬프다는 건 꽤 건강한 거야. 이해할 수 없는 건 이해하려고 하지 마 받아들이면 돼.
받아들일 수 없는 건요?
받아들일 수 없는 건 받아들일 필요가 없어. 하고 싶은 대로 해.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