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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Aug 05. 2023

화암에서 3

소설




3.


저도 이다음에 코털을 그렇게 뽑을까요?

아마도.

코털을 뽑는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의미 같은 건 없어. 그저 하게 되는 거야. 배설 같은 거지. 나이가 들어서 해야 하는 배설 말이야.

나이는 언제부터 드는 건가요?

밝은 곳으로 나가기 싫을 때가 있어.

그때부터?

그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바다는 오늘도 잠잠하다. 등대에 앉아서 보는 바다는 너울이 있을 뿐 그저 고요하기만 했다. 하지만 그 속을 알 수가 없다. 검푸른 바다는 미미하게 넘실거렸고 낚싯대를 드리운 조사가 몇 명 있었고 우리는 바다를 보며 늘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마음은 어째서 연약하고 쉽게 깨지는 걸까요? 마음은 왜 생각과는 다른 걸까요. 마음은 쉽게 깨지면서 잘 붙지도 않아요.

마음은 시간과 같은 거라서 그래.

시간요?

그래, 시간 말이야.

시간이 어째서죠?

시간은 정직하거든. 마음은 시간과 같아서 쉽게 깨지는 거야. 정직은 우리도 모르는 새 금방 깨져버려. 그래서 정직을 간직하기가 힘이 드는 거야.

진실과도 같을까요?

정직과 진실은 엄연히 달라.

이해할 수 없어요.

세상엔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이해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많아.

잘 모르겠어요.

넌 정직하게 강아지를 무척이나 사랑하지.

네, 그래요. 전 개를 아주 좋아해요.

진실은 어때? 개를 사랑하지만 잘 먹기도 하잖아. 그래서 정직과 진실은 다른 거야. 모든 것을 알려고 하지 마. 모르는 건 모르는 대로 넘어가는 거야.

슬프군요.

세상에 많은 감정이 있지만 슬프다는 건 꽤 건강한 거야. 이해할 수 없는 건 이해하려고 하지 마 받아들이면 돼.

받아들일 수 없는 건요?

받아들일 수 없는 건 받아들일 필요가 없어. 하고 싶은 대로 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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