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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Aug 07. 2023

벌레가 들어왔다 1

소설



1.


벌레가 입으로 들어왔다


입을 벌리고 있는데 아주 작은 날벌레 한 마리가 입으로 들어와 목구멍에 붙어 버렸다. 뱉으려고 카악 카악 가래 뱉듯이 해봐도 일단 목구멍으로 넘어가 버린 벌레다 나오지는 않았다. 그런데 벌레의 맛이 화장품 맛이었다. 엄마들이 바르는 콜드크림의 맛, 파운데이션의 맛이었다. 뭐랄까 분 맛, 아기 엉덩이에 바르는 그분 맛이었다. 몹시 기묘한 맛이었다.


잠이 들었는데 열이 나는 것 같아서 여러 번 깼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내가 아닌 것처럼 멍해졌다. 다시 잠들려고 해도 몸에 열이 나서 몹시 힘들었다. 해열제를 찾아서 먹었다. 눈도 붓고 숨도 쉬기 힘들었다. 그래도 이불을 코밑까지 끌어올려 잠을 청했다. 잠이 들어 꿈속으로 들어온 나는 초인이 되어 있었다.


평소에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 나를 분노케 한 사람, 못돼 처먹은 사람들을 사정없이 때렸다. 그런데 많이 때리고 싶은데 한 대만 때려도 죽어 버렸다. 나는 흔들어 깨웠지만 순간 몸에서 머리가 분리되어 버렸다.


잠에서 깼다. 아침이었다. 해열제 덕분에 새벽만큼 열은 나지 않았지만 체온은 평소보다 뜨거웠다. 그리고 허기가 졌다. 평소에 아침은 먹지 않는다. 그런데 이렇게 허기가 지다니. 냉장고를 열어봤자 아무것도 없다. 물을 꺼내서 마셨다. 그리고 그대로 뱉어 버리고 말았다.


배에서 꾸르륵하는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화장실에 가서 변기에 앉았다. 평소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 변을 보는데 이상했다. 물을 내리고 일어나서 거울을 보니 얼굴이 부어 있었다.


양치질을 하는데 트림이 나왔다. 아주 이상한 냄새에 구토를 했다. 속에서 나오는 건 없었다. 바람 소리가 심하게 들렸다. 출근해야 하는데 잠이 심하게 쏟아졌다. 비가 오는가 싶더니 다시 바람이 한 차례 온 모양이었다.


이번에는 꿈을 꾸지 않았다. 내 곁을 지켜주던 그녀가 떠나간 지 벌써 일 년이 흘렀다. 시간은 너무나 착실하게 흐른다. 얄미울 정도다. 강물이 흐르듯 절대 일시정지 없이 차곡차곡 흘러간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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