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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Aug 08. 2023

벌레가 들어왔다 2

소설


2.


그녀와 톰 크루저의 미션 임파서블 6을 볼 때가 생생하다. 거기서 톰 크루저가 프랑스 여자 경찰을 살리는 장면이 있다. 총에 맞아 부상당한 여자 경찰을 빌런이 죽이려는 찰나 애단이 빌런을 쏘고, 빌런의 일행을 전부 쏘고 여자경찰에게 다가가 괜찮을 거라며 본부에 연락을 하라고 할 때 너무 멋진 것이다. 우리는 그런 모습이 영화 속이지만 톰 크루저의 매력이라며 웃었다. 며칠 전에 다시 한번 폴아웃을 봤는데 톰 크루저의 매력은 그대로인데 옆에는 그녀가 없었다.


시끄럽다. 집 밖에서 소리가 들렸다. 시끄러움이 점점 조여왔다. 말하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소리들이 조금씩 나에게 다가오는 기분이 들었다. 저벅저벅 마치 나를 밟고 지나가는 소리처럼 들렸다. 다 나을 줄 알았는데 열이 더 심해진 모양이다.


오후 두 시가 되었을 때 그들이 왔다. 그들은 나를 알고 있다고 했다. 그들은 나에게 같이 해야 할 일이 있다고 했다. 그들은 나처럼 몸에 열이 있었다. 그들도 어느 날 벌레를 먹었다고 했다. 그 날벌레는 아무나의 입으로 들어가지 않는다고 했다. 그 날벌레가 몸으로 들어가면 체온이 올라가 열이 난다고 했다. 대신 며칠이 지나면 평소에 느끼지 못하는 신체의 변화를 알게 될 거라고 했다. 그리고 때가 되면 변화를 막아 줄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했다. 그렇지 않으면 자아를 읽어버리게 된다고 했다. 그럼 어떻게 되는지 나는 물었다.


그들은 나에게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폭주하게 된다고 했다. 그러다가 과부하로 인해 폭발해 버린다고 했다. 폭발? 어쩐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몸이 그대로 터져 버린단 말인가. 나는 그렇게 생각을 했는데 그들은 그렇다고 말을 했다. 그들은 나의 생각을 읽고 있었다. 그래서 끔찍하게 대화를 하지 않아도 된다. 그 점은 마음에 들었다.


점점 열이 더 심해지는 거 같았다. 그들은 다시 보자며 나에게 쉬어라고 하며 나갔다. 그들은 분명 문을 열고 나갔는데 문을 열었다는 흔적이 전혀 없었다. 기묘한 사람들이었다. 다시 잠이 왔다. 잠이 이토록 오는 것일까. 열이 체내의 모든 기관을 뜨겁게 했다. 뜨거움이 뇌를 잠식했다. 머리가 뜨겁게 타오르는 것 같았다. 몽상가들에서 에바 그린의 나체를 만지고 있었다. 여기는 천국일까. 에바 그린에게 옷을 입혀 주려고 했는데 에바 그린은 옷은 필요 없다고 했다. 그래도 옷을 입어야지. 옷이라는 게 아름다움을 가릴 만큼 의미가 있는 것일까요. 당신도 벗으세요. 실오라기 한 가닥까지 전부 벗어 버리세요. 그러고 나면 편해져요. 에바 그린은 배우를 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 같았다. 사람 같지 않은 사람, 마네킨에 가까운 사람이었다. 나는 옷을 벗고 좁디좁은 욕조 안으로 들어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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