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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Aug 09. 2023

벌레가 들어왔다 3

소설




3.


벌레는 일반적이지 않다고 했다. 그런 벌레는 사실 지구에 살고 있는 종이 아니라고 했다. 그럼 어디에서 왔다는 말입니까? 벌레가 어디에서 왔는지 알 수는 없지만 지구 밖에서 왔다는 것이다. 흠 흠, 그런데 지금 나는 이 냄새는 뭐지? 좋은 냄새는 아니었다. 콤콤하면서 쉰 내 같은 냄새였다. 아마 벌레에서 나는 냄새일 겁니다. 암모니아 냄새와 비슷하지만 다릅니다.


벌레는 그런 냄새나는 물질을 지니고 있어요. 그래서 벌레를 먹게 되면 그 물질이 혈류를 타고 몸에 퍼지게 된다. 그럼 어떻게 됩니까? 그들이 나중에 알려 줄 겁니다. 그들은 다 알고 있어요. 하나 말씀드릴 수 있는 건 능력이 생긴다는 겁니다. 무슨 능력이냐고 물어보는데 발가벗은 에바 그린은 몽글몽글 연기가 되더니 사라지고 말았다.


능력? 무슨 능력? 그들이 오면 그들은 나에게 조치를 취하게 해 준다고 했다. 그렇지 않으면 나는 폭주하게 된다고 했다. 어떤 폭주일까. 열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런데 열이 옮겨 다니는 느낌이 들었다. 지금은 류머티즘처럼 무릎에 열이 나는 것 같았다. 몹시 뜨거운 느낌. 나의 다리가 무릎 밑으로 활활 타버릴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이렇게 나는 폭주하는 것일까.


눈을 떴을 때 밖에는 비가 오고 있었다. 비는 낙천적이지 않았다. 비는 더 이상 인간에게 이롭게 떨어지지 않았다. 꿈은 늘 그렇다. 꿈속에서 또 잠이 들어 꿈을 꾼다. 가게 문이 닫히지 않는다. 가게 안의 배경지 안에 무엇인가가, 작은 인간이 숨어 있다.  꿈틀꿈틀거렸다. 하지만 나는 애써 외면해 버린다. 게다가 화장실 옆에 작은 구멍가게가 생겼다. 화장실에 휴지가 있는데 휴지 팝니다 같은 구멍가게인 것이다. 하루아침에 벽을 뚫고 거기에 작은 가게가 생겼단 말이다.


벌레가 지구에 온 건 흐름을 타고 들어 온 것이다. 시간의 흐름 내지는 공간과 공간 사이의 흐름을 타고 들어왔다. 벌레는 극한의 우주 속에서도 살아남아서 흐름을 타고 지구로 들어왔다. 벌레는 그러니까 어떤 존재이고 나는 그 어떤 존재를 먹었다. 그 후 몸에 열이 났고 나는 계속 잠이 들었다 일어났다. 를 반복하고 있다. 일을 하러 가지도 못하고 나는 지금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도 할 수 없는 이 시점에 와 있다. 나는 어떤 존재가 되려는 것일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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