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교관 Aug 11. 2023

굿바이 투 로맨스 1

소설


1.


  “언젠가는 태화강의 고래를 낚아 올릴 거야”라고 하며 그 녀석은 언제나 번영교 위에서 낚싯대를 드리우고 고래를 잡으려고 했다.


 “태화강에 고래가 있을까?"


 나의 물음에 그 녀석은 가늘게 뜬 눈으로 바람을 맞으며 낚싯대를 바라보았다.


 “나는 말이지, 아버지에게 말을 높이는 순간부터 아버지와 사이가 멀어지기 시작한 거 같아. 그것에 왜 그런 것이냐고 물어봐도 딱히 대답할 길은 없어. 그저 어느 순간 아버지에게 존댓말을 쓰기 시작했고 그 이후 아버지와 압도적으로 멀어지기 시작했어."


 그 녀석은 입질도 없는 낚싯대를 들어 올렸다. 낚싯대에는 미끼도, 미끼를 끼우는 바늘도 제대로 붙어있지 않았다.


 낚싯대는 교과서적으로 낚싯대였다. 명제로서의 낚싯대를 들고 그 녀석은 낚시질을 하고 있는 것이다. 태화강에 고래가 산다는 것 자체가 눈물이 나올 만큼 엉망이었다.


 “그건 말이야, 어느 날 회사에 갔는데 너 어제보다 살이 쪘구나. 하는 말을 듣는 것과 같다구. 당최 육 개월 전도 아니고 한 달 전도 아니고 하루 만에 살이 찐다는 건 어떤 걸까."


 그 녀석은 그 말에 대해서 또 생각을 했다. 그리고 생각이 끝났다는 듯 “그런 것 같아 난 그렇게 느닷없이 아버지와 멀어지기 시작하더니 영영 멀어져 버렸지. 한 순간에 말이야."


 그 녀석은 다시 한번 낚싯대를 머리 위에서 휘익 돌리더니 태화강으로 던졌다.    

 

 태화강으로 고요했다. 어둠이 깔린 태화강은 고요를 집어삼켰는지 물고기의 유영과 철새들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태화강은 오랜 시간 동안 인력을 투입하여 이십 년 만에 연어가 자리를 잡게 만들어진 노력형 강으로 이 도시의 중심을 가로지른다.   

   

 그 녀석은 삼 년 전에 태화강에서 고래를 보았다고 나에게 조용하게 말했다. 그런 그 녀석의 말을 제대로 들어준 이들은 없었고 그 녀석은 마지막으로 나에게 와서 조용히 이야기를 한 것이다. 태화강에서 고래를 봤다는 그 녀석의 말은 그저 흘려들으면 그만이었다. 그 녀석은 삼 년 전에 그 녀석의 아버지를 잃었다. 공교롭게도 고래 고기를 먹다 식중독을 일으켰는데 식중독이 지병의 합병증을 확대시키는 바람에 죽음에 이르게 되었다. 내가 병실에 갔을 때 그 녀석은 그 녀석의 아버지가 폐에 가래가 차서 숨이 끊어질 것 같은데도 옆에서 멍하게 서 있을 뿐이었다. 그 모습이 내 머릿속에는 가득했다. 태화강에 고래가 있다고 믿는 이는 오로지 그 녀석뿐이었다. 나 역시 믿지 않았다.     


 “그런데 말이야 정말 고래를 봤단 말이야?"라고 나는 말했다. 그 녀석은 내 물음에 그저 낚싯대의 끝을 보기만 할 뿐이었다. 낚싯대의 끝은 어둡고 고요해진 태화강의 한 곳에 잠겨 더 이상 낚싯대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저 휘어진 한 사람의 삶처럼 보였다. 늦은 밤에도 지나치는 몇몇의 사람들이 그 녀석과 나의 모습을 흘깃흘깃 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태화강을 깨끗하게 하기 위해 여러 가지 화학약품을 태화강에 많이 뿌렸어. 그렇게 해야만 당시 너무나 더러워지고 황폐해진 태화강의 오물을 녹일 수 있었던 거지. 그때 태화강과 바다가 만나는 끝물지점에 고래가 올라왔다가 그 약품덩어리를 너무 먹은 거야. 고래는 이제 바다로 가지고 못하고, 그렇다고 민물만 있는 태화강의 상류에도 올라가지 못하게 된 거야. 바다와 만나는 하류의 넓은 태화강의 밑에서 노닐다가 밤이면 염분이 덜 한 이곳으로 올라와서 잠을 자고 산란기에 번영교 밑에 알을 낳은 거지."


 “가만, 이봐 고래는 포유류잖아. 새끼를 낳는 거 아냐?"


 나는 번영교의 때 묻은 난간에 두 팔을 걸쳐 놓고 그 녀석을 봤다. 그 녀석은 집중하며 낚싯대 끝에 드리운 줄을 보고 있었다.


[계속]

매거진의 이전글 벌레가 들어왔다 3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