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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Aug 12. 2023

굿바이 투 로맨스 2

소설


2.


 “원래는 그랬지. 하지만 태화강의 고래는 달라. 알을 낳는다구. 고래는 바다에서 올라와서 잠깐의 휴식을 맞은 어느 날, 알 수 없는 화학약품이 잔뜩 희석된 태화강을 들이마셔야 했다. 고래는 조금 이상해졌지. 완전한 바다로 나가지 못하게 되었어. 아마존 강에 서식하는 분홍고래처럼 민물과 바다를 오가며 생활해야 했다. 그런데 화학약품 때문에 고래의 호르몬이 이상하게 작용을 했어. 그리고 고래는 삼 년에 한 번, 딱 하나의 알을 낳는다구. 그 해가 바로 올해야."


 나는 그 녀석의 이야기를 꽤 진지하게 잘 들어주는 편이다. 그 녀석은 오래전부터 심사숙고해서 말을 했다. 말을 잘하지 않지만 생각이 정리가 되면 논제가 확실하고 문어체처럼 말을 했다. 지금은 허항 된 이야기일지라도 나는 그 녀석의 이야기가 맘에 들었다.


 “그런데 말이지”라고 했을 때 그 녀석이 내 말을 끊었다.


 “세상의 일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데 방해가 되는 게 뭔지 알아?"라고 그 녀석이 말했다. 나는 그게 뭐지?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건 ‘그런데’야. ‘그런데’는 세상의 곳곳에 만연해 있어서 언제나 앞으로 나가게 하는 것을 막아버려. 보수라고 할 수 있지. 어쩌면 수구세력과도 같아. 일사천리로 계획이 진행되더라도 ‘그런데’가 끼어들면 모호해져 버리는 거야."


 “10장의 기획하에 정리된 보고서를 발표해도 마지막에 ‘그런데’가 들어가 버리면”까지 말하고 그 녀석은 나를 쳐다보았다.


 “그렇다면 ‘그런데’를 빼고, 고래를 잡는다면 어떻게 할 거지? 고래를 포획하는 건 법으로 금지되어 있잖아."


 “그래 맞아. 고래를 잡으면 나는 고래를 데리고 좀 더 큰 강으로 갈 요량이야. 고래와 함께 이 세계에서 같이 사라지는 것이다. 진정한의 의미에서 태화강은 많이 깨끗해졌지만 자연으로 복귀되지는 않았다. 중간에 착오적인 문제점에 봉착한 나머지 하나가 빠져버린 강이라는 모습으로 되돌아가 버렸어. 봄이 되면 시에서는 어마어마한 돈을 부어 태화강변을 전부 뒤덮는 꽃을 심어서 축제를 열지만 정작 축제의 주인공인 나비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다. 어찌 된 일일까. 회귀성이 무척 강한 연어들이나 태화강의 노력으로 올라온다고는 하지만 기이한 기적이지."


 녀석은 문체가 헛갈리게 말을 했다.


 “대나무 숲에 마련해 놓은 철새들의 보금자리에서 새들이 죽어나가고 있어. 새들은 적응에 있어 상당한 오류를 범하고 있는 거야. 자연이라는 것은 한 번 제대로 훼손이 되면 그 이전의 상태로 되돌리는데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인간의 욕심이란 그 시간마저 앞당겨 버린단 말이다."


 그 녀석의 시선은 태화강에 꽂혀 있었다. 태화강도 그 녀석도 미동은 없었다.


 “고래는 어쩌면 태화강을 벗어나서 진짜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지도 몰라. 숨을 쉬기 위해 숨구멍을 공기에 노출을 해야 하지만 이제 알을 낳는 고래는 그러지 않아도 되었단 말이다. 태화강의 고래는 슬픔을 잔뜩 움켜쥐고 있는 애달픈 동물이란 말이다. 올해 안으로 고래를 옮겨야 해. 난 그렇게 생각한다. 고래가 태화강에 알을 낳는다 해도 무엇인가 특별히 변화될 것은 없다. 당장에는 말이다. 새끼고래들은 어미의 슬픔을 잔뜩 지닌 채 태어날 거야. 그건 고래에게도, 태화강에도, 태화강을 바라보는 이들에게도 슬픈 일이지."

     

 바람이 불어와 시간의 속도를 조금은 알려주었고 간간히 자동차가 다리 위를 지나쳤다. 자동차가 지나가는 소리는 거칠고 꽤나 컸다. 그 녀석이 사라지면 나는 혼자 지내야 한다. 잠시 그 녀석이 없는 매일매일을 생각했다. 그 녀석과 나는 바로 옆집에 살고 있어서 매일 붙어 다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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