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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 에세이

일단 소설을 쓰고 있지만

by 교관

일단 소설을 쓰고 있지만


하루키의 에세이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의 챕터 중에 ‘일단 소설을 쓰고 있지만’라는 챕터가 있다.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의 겉표지를 보면 사자가 채소를 먹고 있다. 사자 앞에는 얼룩말과 여우가 ‘사자가 채소를 먹네?’ 같은 표정?으로 있다.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라니. 그래서 그런지 표지의 삽화를 보면 사자가 말랐다. 역시 채식주의자 하루키 사마.


그런데 잘 생각해 보면 초식동물은 대부분 덩치가 거대하다. 코끼리, 하마, 기린 같은 동물은 사자의 몇 배에 이른다. 또 초식동물은 눈이 얼굴의 옆에 붙어있고 육식동물은 인간처럼 얼굴의 앞에 붙어있다. 그래서 사실 이 에세이의 표지 그림을 보고 유추해 볼 수 있는 사실은 사자가 계속 마르기 때문에 채식을 하기로 결심을 했을지도 모른다. 초식동물은 전부 거대하니까. 사자도 빼빼 마르면 우습게 보이니까.


이 에세이의 ‘일단 소설을 쓰고 있지만’의 챕터 내용은 하루키의 넋두리 같은 것이다. 삼십 년 넘게 소설을 쓰고 있지만 작가들과의 교류가 없다던가, 즉 문학에 관련된 작가들과는 교류가 없고, 문단의 모임에도 나가지 않고, 비평가와 그럭저럭 화기애애하게 환담을 나누고 헤어졌는데 하루키를 씹어대는 비평을 했다 던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이야기들이다.


지난번에도 이야기를 했지만 소설가를 언젠가부터 ‘작가님’이라고 부르게 된 걸까? 옛날에는 그러지 않았다고 하루키는 말한다. 예전에 언제였던가 김영하가 자신을 소개할 때 소설가 김영하입니다,라고 하는 것 같았는데. 저는 작가 누구누구입니다, 보다 저는 소설가 누구누구입니다, 가 훨씬 정체성이라든가 더 나아 보이는데.


그림 그리는 화가도 작가님, 사진도 사진작가님, 공예품 만드는 사람도 작가님이다. 하루키도 ‘채소가게님’ ‘생선가게님’ 같은 느낌이라고 했다. 가수도 가수라고 부르는 게 제일 좋은 거 같은데 가수보다는 아티스트, 싱어송라이터 같은 명칭으로 불리고 있다. 가수 = 노래 부르는 사람, 제일 좋은 거 같은데 가수를 가수라 하는 게 어감이 뭔가 이상한가.


요리사 박찬일도 셰프 같은 명칭보다는 자신은 요리사로 불리기를 바란다고 했는데, 요리사가 요리하는 사람에게 제일 딱 인 명칭 같다. 그런데 또 생각해 보면 음악가에게는 작가라는 호칭이 붙지 않는다. 아마 배나 비행기에는 이름이 붙지만 버스나 택시에는 이름이 붙지 않는 것과 비슷할까.


Chet Baker의 Look For The Silver Lining https://youtu.be/02-8boTzMy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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