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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Aug 15. 2023

굿바이 투 로맨스 5

소설


5.


 “후에 들은 이야기지만 말이야. 나는 하루 종일 지치지 않고 울었다고 해. 어느 날은 양쪽에서 너무 힘들어 얼마나 우는지 내버려 두었는데 거짓말처럼 하루 종일 얼었다더군. 눈물도 흘려가면서 말이지. 어린놈의 꼬마자식이 하루 종일 흘릴 눈물이 어디 있는지 그랬다더군."


 말투의 어법이 몽땅 구어체로 바뀌었다. 그 녀석은 자신이 한 말이 무엇인지 생각났는지 큭큭 거리며 웃었다. 웃는 떨림에 따라 낚싯대도 같이 떨렸다. 낚싯대의 끝을 따라서 태화상 수면에 닿았겠지만 태화강 수면의 떨림은 눈에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네가 하루 종일 울었다는 건 누구에게 들었지?"


 “형에게서."


 그 녀석에게 형이 있었다니, 놀라운 사실이었다. 내가 그 녀석과 어울려 다니면서도, 그 녀석의 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도 그 녀석의 형이라는 사람을 본 적은 없었다.


 “형? 형이 있었어?"


 “응, 형이 있었고, 지금도 있고 앞으로는 모르지만 죽 있을 거 같아.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는 것뿐이야. 가끔 형의 이름으로 집에 돈이 굴러 들어오는 정도야. 형이 그러더군. 하루 종일 우는 소리가 마치 돌고래가 내지르는 초음파 같은 소리라고 말이야. 난 말이지 어쩌면 고래와 떨어질 수 없나 봐."


 그 녀석이 나에게 담배를 하나 달라고 했다. 나는 그 녀석에게 담배를 주었다. 둘 다 담배를 입에 물고만 있었다.


 “난 말이야 어린 시절에 형과 줄곧 어울리기를 바랐지만 형은 나와 같이 있어주거나 어디를 같이 다니지 않았어. 우리는 나이차이가 많이 났거든. 지금 형이 몇 살인지도 몰라. 형은 자위행위를 하고 정액 묻은 휴지를 항상 나에게 치우라고 했어. 그 휴지가 무엇인지 알고 난 후부터는 그 심부름을 하지 않았지만 말이야. 형은 나에게 왜 정액 묻은 휴지를 동생에게 치우라고 했을까. 정액 묻은 휴지를 동생에게 치우라고 하는 형이 세상에 몇 명이나 있을까?"


 “강에서 고래를 낚으려고 하는 이도 드물지."


 그 녀석의 시선이 나에게로 옮겨왔다. 모호한 그 녀석의 세계가 눈동자에 있었다.


 “그것과는 엄연히 다르다고. 동생에게 정액 묻은 휴지를 치우게 하는 형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아. 강에서 고래를 낚으려고 하는 이들은 분명 어딘가에 존재한단 말이야. 내가 아버지와 압도적으로 멀어지기 시작하는 것처럼 형은 어느 날 기, 승, 전, 결 없이 집을 나가버렸더군. 내가 백일이었을 무렵 하루 종일 울고 있을 때 아버지와 엄마가 그저 내가 우는 모습을 바라보았던 것처럼 형이 집을 나가도 아버지와 엄마는 형을 찾을 생각을 하지 않았어. 순차적으로 진행되어 가는 컨베이어 벨트처럼. 그저 수순처럼 받아들였어. 비록 나에게 정액 묻은 휴지를 치우게 했지만 난 형을 좋아했거든."


 “형도 나름대로 친해지려고 했던 방식이 아닐까”라고 나는 물어보았다.


 “형은 어릴 때 나에게 똘고래, 똘고래 하고 불렀지. 야, 요 똘고래 오늘은 안 울었냐, 하면서 나를 눌려대곤 했었지. 그러면서 돌고래모양의 막대사탕을 내 손에 쥐어주었어. 솔직히 그것이 돌고래모양이었는지도 모르겠어. 지금 내 기억이 그런 모양이지 않았을까. 그렇게 생각을 해. 내가 울지 않게 되면서부터 형은 나에게 막대사탕을 사주지 않았어. 울지 않으면 칭찬을 받는 대신에 돌고래막대사탕을 먹지 못하게 되는 모순이 그곳에 있었어. 이젠 형을 찾지 않아. 아버지의 장례식에서도 나타나지 않았다면 그만한 사정이 있었을 거야. 난 그렇게 생각을 해. 누구에게나 그만한 사정쯤은 가지고 있는 것이니까. 엄마는 형이 보내주는 돈으로 상당히 만족스러워하고 있지. 엄마에겐 그 돈이 형이 어떤 식으로 벌어들인 건지는 중요하지 않아. 돈이니까 용서가 되는 거지. 그리고 나 역시 엄마처럼 그렇게 변해 갈 것 같아서 고래를 잡으려고 하는 거야. 고래와 함께 만족할만한 곳으로 가는 거지. 인간과 고래가 같이 살 수 있는 곳 말이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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