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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Aug 14. 2023

굿바이 투 로맨스 4

소설


4.


"내 발밑에서 무엇인가 움직이는 느낌이 들어서 테이블 밑을 보니 강아지가 한 마리 있더군. 그래 강아지였어. 무슨 종자냐고 묻는다면 그레이하운드의 얼굴을 지녔는데, 그게 좀 뭔가 벨로시렙터의 얼굴을 하고 있기도 한 묘한 얼굴이었어. 호텔에 강아지가 들어온 거야. 호텔의 커피숍에 말이지. 나는 그저 시큰둥하며 물을 한 모금 마셨다. 그런데 강아지가 요리조리 움직일 때마다 그 하이힐 소리가 나더군. 강아지 발바닥은 고무처럼 말랑해서 그런 소리가 나지 않을 텐데 말이야. 그것이 아니라면 강아지의 발톱이 바닥에 닿아서 소리가 날 테지만 ㅎ이힐소리가 난다는 건 어쩐지 비틀어진 소리 같았지. 강아지의 주인이 하이힐소리가 좋아서 강아지의 몸에 무슨 장치라도 해 놨는지... 그게 아니라면, 어떻던 호텔에 강아지가 나타난 거야. 그때 그 강아지가 나에게 말을 하는 거야. 그래 분명히 말을 했어. 강아지는 나를 올려다보며 또렷하게 입을 움직여 말을 하더군. 자음과 모음의 배열을 정확하게 해 가면서 말이야."


 그 녀석은 낚싯대를 한 번 들어 올렸다.


 “무슨 말을 하던가?" 나는 물었다.


 “당신은 고래를 만날 겁니다.라고 말이야. 나는, 그게 무슨 말이지? 하며 강아지에게 다시 물었다. 하하. 강아지에게 말을 걸다니 말이야. 그때 강아지의 주인으로 보이는 여자가 커피숍 안으로 들어와서 강아지를 부르더니 강아지를 품에 않고 나에게 죄송하다며 인사를 하는 거야. 그렇지만 그렇게 죄송한 일을 강아지는 한 게 없었던 말이지. 나는 그 주인에게 강아지가 걸을 때 하이힐 소리가 납니까?라고 물었더니 그런 소리는 나지 않는 게 정상이지 않느냐고 하더군. 그러면서 강아지를 품에서 내려놓으니 강아지가 움직이는데 그저 강아지의 발자국 소리만 나는 거야. 거참. 나는 또 주인에게 혹시 강아지와 대화를 합니까?라고 물어봤지."


 “그랬더니?"


 “나를 무슨 벌레 쳐다보듯 보더니 강아지를 안고 가더군. 내가 정신이 이상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 분명 그 어느 날 강아지가 나에게 무슨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한 거 같아.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난 태화강에서 고래를 보고 그때 그 강아지가 떠올랐다. 그때 강아지에게 무엇인가 더 물어봐야 할 것 같았는데. 어쩌면 호텔의 커피숍에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던 건 강아지와 나 사이의 무엇인가를 연결해 주려는 그 무엇이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


 “설령 강아지가 짖는 모습을 내가 인간의 언어로 받아들였다면 그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을 해. 강아지는 나에게 어떤 무엇을 전달하려고 한 것이고 나는 그것을 부정확하지만 받아들였다는 데 의미를 둔다고 말이야. 나에게 초능력이나 남들이 지니고 있지 않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게 아니다. 난 말이지 그동안, 그러니까 지금까지 소중한 누군가를 잃어 왔어. 개울물에 얼어버린 살얼음이 봄 햇살에 차근차근 녹아가듯이 조금씩 잃어버려 왔다고."


 나는 담배를 입에 물었다. 담배를 피우기 위해서 입에 문 건 아니었다. 그건 그저 무료하거나 당황스러울 때 하는 나만의 습관이었다. 지금은 무료하지는 않지만 담배를 입에 물어야 할 것 같았다. 나는 담배를 피우진 않지만, 누군가를 위해서 담배를 꼭 한 갑씩 들고 다닌다. 그리고 무료할 때 나는 영화 속의 장면처럼 담배를 입에 물곤 한다. 물론 지금은 당황스러워서 입에 문 것이다.


 “난 하루 종일 울었다더군."


 나는 그 녀석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도저히 알아채지 못할 때가 있다.


 “내가 말이야 태어나서 백일정도 되었을 무렵 누워서 하루 종일 울었다고 하더군. 나는 다른 백일 된 아이들과 달리 반드시 엄마나 아빠나 둘 중에 한 사람은 나를 꼭 안고 있어야 하는 이중고를 겪었다더라." 녀석은 잠시 생각을 했다. 그리고 “으레 그때는 울지 않나?"


 나는 그렇다고 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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