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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Aug 16. 2023

굿바이 투 로맨스 6

소설



6.


 그 녀석의 말은 진심이었다. 고래의 이야기를 하면서 이렇게 눈빛이 반짝 거리는 모습을 지니고 있다니.


 “어린 나는 형에게도 붙을 수 없었고 하루 종일 맞벌이하는 엄마나 아버지에게도 안겨있을 수만은 없었지. 그런 시절에 나에게 친구가 하나 있었어. 우리는 지금의 너와 나처럼 꽤 오래 붙어 다녔지. 어느 날 이사를 왔더군. 내가 살던 동네라고 하는 곳이 어른이 양팔을 벌리면 양손이 닿는 골목이 죽 늘어서 있고 마주 보며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동네였지. 누군가 이사를 가버려 공백이 생기면 곧바로 어떤 이들이 들어와서 그 공백을 메웠지. 그런 동네야. 상상이 가?"라며 그 녀석은 나를 봐라 보았다.


 영화 ‘챔피언’이나 ‘얄개시대’ 같은, 오래된 영화의 장면을 떠올려보았다. 그 녀석에게 나는 조금은 알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그 동네라는 곳이 그래. 아침의 등교시간이 되면 골목에 죽 붙어있는 대문에서 여행가방만 한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나오고 저녁이 되면 경쟁이라도 하듯 집집마다 구워대던 고등어구이의 냄새가 진동을 했지. 비가 세차게 쏟아지는 날 그녀가 이사를 왔어. 동네에 말도 없이 이사를 가는 것과 동시에 소리 없이 이사를 오는 거야. 그 속에 작은 그녀가 있었지."


 틈이 있었다.


 "아주 못생겼더군. 난 세상에 그렇게도 못 생긴 여자애를 본 적이 없었어. 마치 만화캐릭터 같았지. 주인공에 반하는 무리의 캐릭터 말이야. 머리는 바가지머리를 하고 있었고 눈은 어린아이임에도 불구하고 무척이나 작고 옆으로 찢어졌더군. 난 처음에 그 아이가 외계인이 아닌가 할 정도로 못생겼다고 생각이 들었어. 어째서 같은 인간으로 이렇게도 못 생겼을 수가 있지, 하는 생각을 무척이나 했어."


 나는 그 녀석의 말을 들으면서 못 생긴 어린아이를 떠올려 보았다. 어린아이들은 못생기거나 그렇지 않거나 둘 중에 하나다. 그 중간은 없다. 어린아이의 생김새는 그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어른과 청소년처럼 숨기고 있는 생김새를 지니고 있지 않았다. 그렇지만 나는 아주 못생긴 어린아이의 얼굴을 잘 떠올릴 수 없었다.


 “그녀는 비가 무척이나 쏟아지는 날 그렇게 옆집으로 이사를 왔더군. 나는 세상에서 제일 못 생긴 그녀와 멀리하려 했지만 6년이나 붙어 다녔어. 뭣에 홀린 것처럼 우리는 무려 6년이나 말이야. 그녀는 참 말이 통하는 유일한 사람이더군. 난 아버지와 엄마, 그리고 형과도 말이 통하지 않았지. 지금도 너를 제외하고는 난 말이 통하는 사람이 없어. 네가 더 잘 알 테지만."


 “난 어쩌다가 그녀와 같이 학교에 가고 그녀와 같이 숙제를 하며 그녀와 같이 옥상에 올라가서 하늘을 바라보았지. 옥상에서 바라보는 하늘이 대수로운 것은 아니야. 그저 하늘일 뿐이지. 하지만 옆에 그녀와 함께 하는 거지. 그녀는 흰옷을 입고 있었어. 여름엔 짧은 흰 원피스 같은 옷을 입었고, 겨울이면 두꺼운 흰 원피스 같은 옷을 입었지. 그래 맞아, 확실하게 그녀는 언제나 흰옷을 입었어. 당시에 우리가 살고 있던 동네는 대부분 가난한 이들이 모여들어 살고 있는 동네였지. 나 역시도 몇 벌 없는 옷으로 계절을 바꿔가야만 했지. 그나마도 형이 입던 옷들을 물려받아서 입었을 뿐이야. 엉망이었지. 그녀의 집도 가난했어. 가난이란 참 서러운 단어야. 그래도 언제나 흰옷을 입고 있었어. 아이들이 흰옷을 피하는데 반해 그녀는 언제나 흰옷이라 내가 기억을 하고 있어. 아마도 흰옷을 입고 있으면 아주 못 생긴 얼굴을 가려주지 않았을까 하고 나는 생각해 보았지. 나만의 생각이었지만 말이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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