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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Aug 17. 2023

굿바이 투 로맨스 7

소설


7.


 그 녀석은 다시 한번 빈 낚싯대를 머리 위에서 이응자로 돌려서 태화강에 던졌다. 바름을 가르며 머리 위에서 돌아가는 소리가 경쾌했다.


 “난 그녀와 좀 더 오랫동안 학교생활이라든가 사춘기를 맞이할 수도 있었어."


 잠시 후,


 “그녀는 6학년을 남겨두고 영원히 사라져 버렸어."


 “영원히라는 건...."


 “그래 맞아, 완전히 사라져 버렸지. 어쩌면 내가 그녀를 멀리 떠나보냈는지도 몰라."


 그 녀석은 신고 있던 캔버스 운동화의 앞부분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애꿎은 다리의 난간 부분을 캔버스의 앞부분으로 툭툭 쳤다.


 “난 그녀에게 아주 못생겼다고 말을 하곤 했지. 어린 그녀는 그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듯했어. 그녀와 자주 어울리게 된 후로 그녀와 놀면서도 나는 그녀에게 못생겼다고 말을 종종 했었어."


 틈을 두었다.


 “어느 날 그녀와 헤어진 후 집에 들어왔더니 엄마가 나를 부르더군. 엄마는 나를 앉혀 놓고 그녀에게 못생겼다는 그런 말을 하는 게 아니라고 나를 타일렀지. 못생긴 애에게 못생겼다고 하는데 나는 왜 그러면 안 되는지 엄마에게 물었지만 그건 그녀에게 상처를 주는 말이니 하면 안 된다는 거였어. 나는 어렸지만 상처를 입는 것에 대해서 조금은 혼자서 생각을 하는 편이었어. 형도, 아버지도 누구도 나와 놀아주지 않았기 때문에 나 역시 상처를 입고 있었단 말이지. 그녀는 내가 하는 말에 상처를 입고 나와 같이 있어주지 않는다고 생각을 하니 나 역시 상처를 입을 거라는 생각에 엄마에게 다시는 그녀에게 못생겼다는 말을 하지 않기로 했지. 그녀는 6년 동안이나 지치지 않고 나와 같이 등교를 하고 수업을 듣고 하교를 해서 숙제를 했지. 그런 그녀가 6학년을 시작하는 봄의 화창한 날에 옥상에서 뛰어내렸어."


 우리는 둘 다 낚싯대의 끝을 바라보고 있었다.


 “뛰어내려서 바로 죽지는 않았어. 비참했어. 그녀는 가는 눈을 더 가늘게 뜨고 머리에서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피가 철철 흘러나왔어. 마치 수도꼭지를 다 열어 놓은 것처럼 피가 머리에서 흘렀어. 피를 흘리며 나를 바라보았지. 나는 학교건물의 화단 밑에서 그녀가 뛰어내리는 걸 봤어. 그녀는 나에게 옥상에 올라가서 손을 흔들 테니 밑에서 나에게 손을 흔들어 달라더군. 그리고는 뛰어내렸어. 망설임 같은 건 없었어."


 녀석은 담배를 입에 물고 피우는 시늉을 했다.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 그 가늘게 뜬 그녀의 눈은 나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살려달라는 눈빛 같지는 않았어. 나는 무섭다기보다 뒤로 꺾인 그녀의 얇은 팔을 바로 잡아주고 싶었어. 그녀는 작은 입을 벌리고 있었고 입속의 혀가 조금씩 아래위로 왔다 갔다 하는 게 보였어. 선생님들이 와서 그녀를 안고 어딘가로 갔지. 그 후로 그녀를 볼 수는 없었어. 영원히 사라져 버렸지. 그녀가 소리 없이 이사를 왔듯 소리 없이 그녀의 가족도 이사를 가버렸어."


 “그런데 왜 네가 그녀를?"


 “난 엄마의 말을 듣지 말아야 했는지도 몰라. 난 그녀에게 죽 못생겼다고 계속 말을 해야 했는지도 모른단 말이야. 그녀의 아버지와  엄마는 심각하진 않지만 다운증후군의 장애를 가지고 있었지. 얼핏 봐서는 모르지. 꽤 오랫동안 이야기를 하거나 술을 마셨거나 하면 표가 나는 정도지. 하지만 소문이란 말이야 삽시간에 어른들의 입에서 입으로 옮겨 다니게 마련이지. 그녀는 장애는 없었지만 내가 본 대로 아주 못생겼어. 누가 봐도 어린아이치고는 상당히 못생겼다는 걸 알 수 있었지. 아마 그녀의 엄마와 아버지는 자신들이 평생 숨기고 싶은 장애가 그녀에게로 흘러 들어가 얼굴이 그렇게 생겨 버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 그녀의 부모는 그녀를 끔찍이 아꼈다고."


 그 녀석이 틈을 두었을 때 바람이 한 차례 불어와 태화강 수면을 흔들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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