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교관 Aug 18. 2023

굿바이 투 로맨스 8

소설


8.


 “당연하잖아. 부모는 자식이 어떻게 생기든 무조건 아끼기 마련이지. 그녀가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고 느끼게 집안에서 생활을 시켰다네. 마을에서 누군가 그녀에게 못생겼다는 소리가 들리면 돈이나 생활을 걱정하기에 앞서 이사를 가버린 거지. 넌 예쁘다, 넌 예쁘다, 하며 그녀를 세상에서 제일 예쁜 아이로 만들어 주고 싶었던 거야. 그런 부모덕에 그녀는 세상에서 자신이 제일 예쁜 줄 알았어. 우리 동네로 이사를 왔을 땐 그녀의 부모가 마을의 통장에게 자신들의 부끄러운 이야기를 들려주고 도움을 부탁했나 봐. 그녀의 어린 시절을 옮겨 다니지 않고 이 마을에서 정착을 하고 싶다고 말했고 통장은 각 번지의 반장을 통해 그 사실이 마을 어른들에게 조용히 흘러 들어간 거지. 마을은 하나의 완연한 존재가 되어 그녀를 예쁘게 생각하게 해 주었어. 그 속에서 나만이 그녀에게 사실대로 그런 이야기를 했다가 엄마에게 훈계를 들어야 했지."


 그 녀석은 거기까지 말을 하고는 다시 낚싯대를 머리 위에서 큰 유영을 한 번 그렸다. 고집스러운 행동이었다.


 “초등학교라는 곳이 아주 많은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모인 곳이잖아. 저학년 아이들은 타국의 생김새가 다른 아이와도 아무런 거리낌 없이 잘 지내지만 고학년에 되며 빠른 아이는 이성에 눈을 뜨고 성 접촉도 해버리잖아. 그런 아이들의 틈에서 그녀의 생김새는 아이들의 타깃이 될 수밖에 없었지. 공격을 많이 받아야 했지. 그녀는 받아들이는 게 힘들었어. 그녀는 자신이 그렇게 못생겼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던 거야. 그 이전에 가끔씩 듣는 못 생겼다는 소리는 한 귀로 넘겨 들었겠지만 아이들의 공격성이 짙은, 못생겼다는 소리는 보이지 않는 칼날이 되어 그녀를 도란도란 썰어 놓기에 충분했지. 그녀는 그녀 자신 때문에 엄마 아빠도 같이 공격의 대상이 된다는 것에 괴리감이 들었지. 이전부터 같이 지내온 내가 그녀에게 사실을 꾸준하게 말해 주는 게 나을지도 몰랐어. 옥상에서 떨어져 입을 벌리고 그녀는 나에게 왜 사실을 제대로 이야기해주지 않았냐고 말하는 것인지도 몰랐어. 세상엔 말이야 진정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분간할 수 없는 일이 많아. 그것을 멈출 수 있는 힘이나 능력이 나에게는 있지 않다는 게 문제야."


 그 녀석은 태화강을 보며 조용히 노래를 하나 불렀다.     

 어두운 거리를 나 홀로 걷다가 밤하늘 바라보았소 오오.

 어제처럼 별이 하얗게 빛나고 달도 밝은데

 오늘은 그 어느 누가 태어나고 어느 누가 잠들었소.

 거리의 나무를 바라보아도 아무 말도 하지 않네.


 [중략]


 나 혼자 눈감는 건 두렵지 않으나

 헤어짐이 헤어짐이 서러워

 쓸쓸한 비라도 내리게 되면은

 금방 울어 버리겠네.     


 그 녀석은 관조적으로 노래를 불렀다. 말을 할 때와 조용히 읊조리듯 노래를 부르는 소리는 달랐다. 그 녀석이 부르는 산울림의 노래가사가 와닿았다. 그 녀석은 누군가와 그리고 무엇인가와 헤어지는 게 두렵고 서러운 게 확실했다.


 태화강의 고래는 그들의 세계와 헤어짐을 고통스럽게 참아내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 녀석은 그 고통에서 고래를 벗어나게 해주고 싶은 것이다. 노래를 애달팠다. 작은 그녀를 잃어버린 그 녀석의 모습과 아버지를 잃어버린 그 녀석의 모습이 태화강 어딘가에서 유영하고 있는 고래를 닮은 듯했다.


[계속]

매거진의 이전글 굿바이 투 로맨스 7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